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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빈] 10월의 반딧불이

by 젹이요 2021. 3. 28.

 

 

 

2021. 3. 20

KPC. 김은범

PC. 배라빈

 

 

 

▼시나리오 원주소

 

 


 

 

 

 

이하 시나리오 스포일러

 

 

 

 

 


 

 

 

 

 

 

 

 

 

 

 

 

 
저 (GM):준비대셧으면
라빈이 이입으로 준비의 한마디
 
라빈:아자...! 난 할 수 있다~!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 되어있어.
 
2021.03.20
 
KPC. 김은범
 
PC. 배라빈
 
img
 
선생님: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네요.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라빈이는 시일 고등학교 2학년 B반 학생이죠.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라빈이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라빈:아... ( 주섬주섬 몸을 숙여 떨어진 종이를 줍는다. )
 
줍기 위해 몸을 숙이면,
 
라빈이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들의 발, 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그리고 빛…….
 
빛?
 
깜빡, 깜빡.
 
그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라빈:( 저게 뭐지... ? 눈을 가늘게 뜨고 더욱 선명히 보려한다. 학습지를 교과서에 대충 끼워두고는 그 빛을 멀뚱히 바라본다. )
 
라빈이가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라빈이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이건…….
 
교육 판정
 
라빈:
언어(모국어)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반딧불이입니다.
 
분명, 수업시간에 배웠죠.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으로,
 
보통 한여름, 특히 6월경 밤에 활동합니다.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라빈이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면,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이성 판정
 
라빈: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선생님:배라빈!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놀라운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라빈이를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사물함의 구멍을 볼 수 있는 것은 라빈이뿐입니다.
 
라빈:( 선생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네!'라고 대답한 것도 잠시... 여전히 사물함을 힐끗 거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
( 왜 다들... 아무런 반응이 없지...? )
( 슬금...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사물함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
 
라빈이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직, 라빈이를 위해서만 준비된 초대장처럼요.
 
지능 판정
 
라빈: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 우... )
 
(쓰댐)
 
그러고보니,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사물함을 향해 손을 뻗자,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라빈이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당신, 혼자만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딸랑, 딸랑…….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
 
"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라빈이는 설마,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걸까요…….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설마 여기는 지옥?
 
그리고 라빈이는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지능 판정
 
라빈: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 ... )
 
설마, 문을 넘어버린 대가로,
 
평생 앞을 보지 못하며 썩은 냄새를 맡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문득 얼굴을 만지면 차가운 플라스틱의 감촉만이 느껴집니다.
 
라빈이의 얼굴은 네모난, 긴…
 
쓰레기통입니다.
 
라빈:( 꺄...! )
( 그것을 머리에서 벗겨내더니 이리저리 확인한다! ) 뭐야... 뭐야아...?
 
쓰레기통을 걷어낸 라빈이는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며,
 
라빈이가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라빈이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교과서나 필통이 든 라빈이의 가방,
 
라빈이의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그리고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당신,
 
이성 판정
 
라빈: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그런 당신을 꼼꼼히 관찰하던 여우는 대뜸 길고 높게 비명을 지릅니다.
 
미호:서, 서, 설마……
인간이다!!!!!!!!!!!!!!!!
 
아하! 라빈이를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라빈이가 비명에 놀랄 틈도 없이,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라빈:( 난... 역시 죽은 걸까...? 눈을 꾹 감곤 다시 누워본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빈:( 다시 눈을 번쩍 떠본다! )
 
번쩍!
 
이럴수가... 상황은 그대로입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미호:저... 저 인간 뭐하는 거지?
(가까이 다가가요)
 
라빈:( 여우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한 그 모습을 훑어본다... )
뭐야...? 뭐지...? 여긴 혹시... 지옥인 걸까...? ( 주변을 다시한 번 둘러보곤 ) 나.. 그렇게 나쁜 짓 하고 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 자습하다가 깜빡 잠들어서 꿈을 꾸고 있는 걸지도 몰라...
( 자신의 볼을 쭉 잡아당겨본다... )
 
아얏~
 
아프네요...
 
라빈:( 아프네요... )
 
ㅋㅋㅋㅋㅋㅋ
 
주위를 둘러보면,
 
관찰 판정
 
라빈: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 ... )
 
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굳이 정의하자면 요괴라고 해야 할까요―은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마치, 교복처럼 소속감을 나타내는 것같네요.
 
요괴들은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라빈이를 살펴봅니다.
 
요괴1:(슬쩍 머리카락 만져봄)
 
라빈:꺄!
 
요괴1:정말 인간이잖아. 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미호:쓰, 쓰레기통 도깨비인 줄 알았지!
 
요괴1:헤에... 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어깨도 쏙! 만져봄)
 
라빈:(.8 0 8) ...!!
 
요괴1:(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귀여워 ㅠ)
 
요괴2:야~ 너희들!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건 아니지?
 
요괴1:쓰읍... 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요괴2:안 돼! 선생님께 이른다!!
 
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잠시,
 
요괴들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요괴1: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요괴3:케케! 좋아! 누가 어느 부위를 먹을래?
 
라빈:먹어!?
뭘...!? ( 이야기를 가만 듣다 쇼쇼쇼쇽 최대한 구석으로 몸을 숨긴다. )
 
요괴1:뭐긴... 바로 네녀석이지!
(입맛다심)
 
요괴3:나는 그럼 팔로 할까....
 
라빈:안... 안돼!! 싫어...!! ( ㅠㅠ 무서운 것 하나 없던 자신이었지만... 그건 전부 현실에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이라서 였지... 지금 놓인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
나는 맛없다구... ( 가장 처음 봤던 붉은 여우의 뒤로 몸을 숨어본다. )
 
미호:뭐, 뭐야?!
나, 난 니편 아니거든!!
(당황하더니 쇽 피해버려요)
 
라빈:으으응...?!! 안돼! 가지마아... ( 피하는 널 향해 손을 휘졌다가 그만 꼬리를 붙잡아 버린다! )
 
미호:...!!!!!!!!!!!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손쉽게 빠져나와서 발바닥젤리 라빈이 뺨에 꽁! 박고 도망가요)
 
라빈:( 발바닥 젤리... 말랑거리는 게 뺨에 콕 닿자 놀라 눈을 멀뚱이다 도망가는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본다... )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라빈이를 향해 다가옵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라빈이를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요괴1: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안 미안한 표정)
그럼,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뒤는 거대한 나무,
 
앞과 옆은 정체 모를 괴물들.
 
라빈이가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아아, 이렇게 끝인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라빈이가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어쩐지 안타까운 나래이션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라빈이의 발치에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라빈이를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라빈이는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라빈이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방금, 방울 소리가 울렸던가요?
 
은범:다들 철칙을 잊은 거야?
난 여태 신목 위에서 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들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잖아.
 
나무 위에서 내려온 요괴가 그렇게 말하면,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요괴3:큼... 은범이 마음대로 해.
 
요괴1: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라빈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어쩌면 허무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은범이라고 불린 요괴가 라빈이를 향해 돌아봅니다.
 
정신차리고 다시 확인하니,
 
곱슬거리는 머리위로 기이하게 솟은 호랑이의 귀와, 굵직하고 긴 꼬리가 달려있네요.
 
은범이는 하늘을 닮은 눈으로 라빈이를 가만히 쳐다봅니다.
 
은범:… ...이름이 뭐예요?
 
라빈:(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에 정신이 없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에 금방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은범이를 빤히 올려다 볼 뿐이었다. )
 
은범:...
(가만히 바라보다 라빈이가 누워있던 쪽의 거대한 나무로 시선을 돌려요)
당신은 신목을 통해서 이계로 넘어온 거예요.
신목은... 인계에 하나, 이계에 하나. 이렇게 두 그루인데, 두 세계를 잇는 통로거든요.
…이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에요.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도 여전히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당신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려요)
 
라빈:아... ! ( 자신의 양 뺨을 가볍게 툭툭 치며 정신을 차려본다. 당신이 했던 말을 하나씩 새기듯 떠올려보았다. ) 그럼...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 자신을 두고는 고기처럼 부위별로 나누는 요괴들의 모습에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 아... 그리고 ... 제... 이름은 라빈이라고 해요... 배... 라빈... ( 아까 요괴들이 불렀던 게 당신의 이름일까? 다시 네게 물어보기로 했다. ) 그... 이름이...
 
은범:(당신이 이름을 말하면 조금 오묘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옵니다) ...저는, 은범이라고 해요. (조그마한 당신을 내려보다 작게 한숨을 쉽니다)
문이 다시 열려야... 되돌아 갈 수 있는데.
지금은 문이 열릴 때가 아니라서 당장 보내줄 수 없어요.
 
라빈:은범... 은범... ( 알려준 이름을 여러 번 반복해서 중얼거려 본다. 딸랑이는 방울 소리와 함께 땅으로 내려오던 모습을 보았을 때부터 어쩐지... 자신을 빙 둘렀던 다른 요괴들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조금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도 잠시... 청천벽력 같은 말에 울상을 지어 보였다. ) 문이... 다시 열려야... 그때는 언제 오는 건데요...?
 
은범:... ... (울상을 짓는 얼굴에 조금 위로하듯 기다란 꼬리를 살랑여보입니다)
인계로 가는 문은 축제 전후로 열려요.
다음 문이 열리는 시기는 축제가 끝나는 날인데... 축제는 내일부터 시작이라 오래 기다려야겠네요.
그리고.... (라빈이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귀를 조금 쫑긋거려요) 아무튼, ...그게 최선이에요.
 
라빈:( 살랑이며 흔들리는 꼬리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가 축제 이야기에 작은 호기심이 피어나 하늘색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 축제...?
 
은범:100년에 한 번씩 열리는 축제예요.
'영월호' 에서는 오래전, 긴 전쟁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시험이 끝나면 마을을 빌려 축제를 여는데....
아, 영월호는... 이곳 요괴들의 교육 기관이에요. 저 건물이요. (그리 말하며 어느 곳을 가리킵니다)
전 이곳의 학생이고요.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라빈이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건물의 건축 양식은 동양의 것과 유사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더 물어볼 수 있습니다!
 
라빈:100년에 한 번씩... (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에 보이는 건물을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교육 기관이라는 건 학교 같은 느낌인 걸까? 은범이의 차림새를 요리조리 구경하다 ) 다른 요괴...들도 이런 옷을 입고 있던데... 그럼 이건... 이곳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뜻인 거예요?
축제는 보통 언제쯤 끝나요...?
( 지루했던 일상이었지만... 아까 상황을 생각하자면... 어서 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 들었다. 은범이의 옷자락을 꾹 잡으며 ) 얼른... 돌아가고 싶어...
 
은범:(자신을 훑어보는 라빈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옷자락이 당겨지면 깜짝 놀라 일순 눈이 커집니다. 어색하게 눈을 굴립니다) ....맞아요. 이건... 영월호의 교복이에요.
(조금 진정하고는 다시 당신을 안쓰러운 듯한 눈빛으로 내려봐요) 음... 축제는....걱정 말아요. 1년 안에는 끝나는 걸요. (농담)
아까 그 애들 때문에 그래요?
 
라빈:(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자신도 깜짝 놀라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 그렇구나... 역시 교복이었어... ( 궁금증이 풀린 듯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의 치맛자락을 툭툭 치며 ) 이것도... 교복인데... ( 혼잣말이라도 하듯 중얼거리더니 1년이라는 말에 놀라 다시 은범이를 바라보았다. ) 정말... ( 한껏 시무룩해져선 고개를 끄덕인다. ) 네... 요괴 5대 철칙... 뭐라 했지만... 그쪽은... 저... 안 잡아먹을 거죠...?
 
은범:교복...? (꼬리 살랑) ...라빈이는 인계에서 교육받는 학생인가 봐요? (독특한 차림새를 눈으로 가볍게 훑어봅니다)
...원래 잡아먹지 않는 게 정상이에요. 그들이 규정을 어기는 나쁜 학생인거지. (시무룩한 정수리를 보다가 슬쩍 라빈이의 머리끝을 만지작거려요)
사실 1년은 아니지만... 오래도록 축제가 열리는 건 사실이에요.
음... 축제 기간동안은 저희 집에서 지내실래요?
 
라빈:인계... (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지만 고개를 끄덕이곤 ) 네! 엄청... 지루해요... 공부하는 것도... 머리가 좋아야 하는 건데... ( 툴툴거리듯 바닥을 가볍게 신발 앞 코로 쿡쿡 차본다. 너무 쓸데없는 말을 했나 싶어 부끄러움에 괜히 앞머리를 정리하는데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은범이의 손길에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그리곤 ) 정말...? ( 은범이가 나타나자 다들 흩어지는 모습이 떠올라 은범이의 옆에 있으면 다른 요괴들에게 잡하먹히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 그럼... 약속해요... 집에 가 있는 동안... 안 잡아먹고... 무사히 축제가 끝나는 날... 돌려보내 주기로... ( 새끼손가락과 엄지만 펴 네게 내밀어 본다. )
 
은범:(툴툴거리며 내뱉는 말에 처음으로 옅게 웃어보여요) 인계의 학교도... 별 다를게 없구나. (당신이 몸을 움찔 떨면 슬쩍 눈치를 보다 조금만 만졌다가 손을 다시 거둡니다)
...걱정 말아요. 하늘이 두 쪽나도 당신을 먹지 않을테니까. (진심이라는 듯이 눈을 꿈벅여 시선을 맞춥니다) 그리고... 다른 질 나쁜 요괴가 당신에게 그러려고 할 때에도 지켜줄게요. (작은 손에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를 맞대어 약하게 흔듭니다)
축제가 끝나면 라빈이를 무사히 인계로 돌려보내주기, 꼭, 꼭 약속해요. (조그맣게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손을 놔줍니다)
그럼, 갈까요?
 
라빈:( 여기도 학교는 비슷한가 보구나~ 은범이의 말에 남아있던 불안함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얽힌 손가락과 살며시 흔들리는 손을 헤실 웃으며 바라보곤 흥얼거리는 노래가 기분 좋아 작게 키득 거렸다. 갈까요 건네는 은범이의 말에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 네...! 가요...!
 
은범:(당신의 헤실거리는 웃음에 반사적으로 저도 눈을 반달로 접어 마주 웃습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사방이 어두워집니다.
 
은범이는 라빈이에게 쓰레기통을 주워서 내밉니다.
 
은범:제가 지켜드리겠지만... 영월호 학생들과 달리 축제에 오는 요괴들 중에는 정말 난폭한 녀석들이 많아요.
그들한테 인간인 게 들키면 곤란하니까, 당신은 당분간 쓰레기통 요괴 흉내를 내는 건 어떨까요? (꼬리살랑)
 
라빈:... ( 쓰레기통을 받아 들고는 쓰레기통과 은범이를 번갈아 바라본다. ) ... 쓰레기통 요괴... 그러고 보니까... 아까 그 여우도... 이걸 뒤집어 쓴 절 요괴라고 착각한 거 보니까... 음... 좋은 생각 같아요! 계속 은범이에게 의지할 수는 없으니까... ( 엄지 척! 그리곤 아까부터 살랑이는 꼬리를 빤히 바라본다. )
( 반짝반짝... )
 
은범:...농담이었는데... (순수하게 납득하는 당신이 정말로 축제 내내 쓰고 다닐까봐 황급히 다시 뺏습니다ㅋㅋㅋ)
...꼬리가 탐나요? (여전히 살랑거리고 있어요)
 
라빈:농담...!? ( 얼굴이 빨개져선 입만 벙긋벙긋...! 비어버린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은범이를 조금 노려본다... 그리곤 눈앞에 살랑이는 꼬리를 허락도 없이 꽉 잡아버리며 조금 화를 내려 했는데... 보들한 촉감에 마음이 사르르 풀린다. ) ... 폭신...
은범이는... 보기보다... 엄청... 장난꾸러기예요... 그런 얼굴로 진지하게 말하면... 다 믿는 수밖에 없는데...
 
은범:(노려보는 얼굴이 재미있어 조금 웃다가 꼬리가 잡히면 오소솟 소름이 돋아 몸을 떨어요) ...!! 마음대로 잡으시면 안 돼요.... (잡혀버린 꼬리 풀 죽은 얼굴로 봅니다...)
....미안해요. 그렇지만... 아니에요, 이제 장난치지 않을게요. 아마도.
크흠, 그리고... 쓰레기통 요괴 말고... 다른 걸 생각해볼게요.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집으로 가요. (상황을 수습하려는 듯 당신의 등을 두어번 토닥이며 이동하려는 시늉을 보입니다)
 
라빈:( 당황하는 은범이를 멀뚱히 바라보다 눈에 띄게 시무룩해진 모습에 조심스럽게 꼬리를 놓아주었다. ) 허락받고 만지는 건 괜찮아요...? ( 눈을 깜빡이며 바라본다. ) 흠... 그래도... 장난쳐준 덕분에 기분이 나아졌어요... ( 다른 요괴라... 나도 저런 동물 귀를 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머리 위를 매만져보다가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에 걸음을 맞추기 수월하게 은범이의 옷자락을 잡아본다. )
 
은범:허락...까지 구하신다면... 좋아요. (꼬리 끝이 라빈이의 손바닥을 훑고는 다시 제 자리로 내려갑니다) 좀 나아졌다면... 다행이네요. (장하다는 듯 손을 뻗어 살포시 머리위에 가져다 놓았다가 다시 거둡니다. 그리곤 잡아오는 옷자락 끝의 작은 손을 보다가 말없이 함께 이동합니다)
 
◆◆◆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은범이가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은범:...여기에 집이 있어요.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은범이는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지고,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제법 어두워 올라가기 쉽지 않지만,
 
은범이는 멈추지 않고 재빠르게 나아갑니다.
 
민첩 판정
 
라빈: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크~
 
라빈:( 같이가아~ )
 
못 따라갈 정도의 빠르기는 아닙니다.
 
발을 딛기 익숙해진 느낌이 들어 라빈이는 한층 더 빠르게 은범이를 쫓아 올라갑니다.
 
간격이 멀어지면 종종 은범이가 멈춰서 라빈이를 기다려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끄러지는 라빈이의 손을 잡아줄 때도 있습니다.
 
은범이는 라빈이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라빈이를 좋아하는 걸까요?
 
은범이가 대체 왜?
 
우연히라도 라빈이가 비 맞은 호랑이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 걸까요.
 
라빈이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은범이를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은범이는 멈춰 섭니다.
 
머뭇거리던 은범이는 라빈이를 향해 돌아봅니다.
 
은범:혹시, 여길 알고 있어요?
 
은범이는 그렇게 말하며,
 
라빈이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라빈이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넋이 나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 배경을 등지고, 은범이는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라빈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은범이는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라빈:( 아름다운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은범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 저는... 처음... 와보는 것 같은데...
 
은범:...그런가요. (고개를 끄덕여요)
 
심리학 판정
 
라빈: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 우... )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라빈이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요?
 
라빈:( 안절부절... )
 
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은범이는 조각배의 끝에 앉아 노를 잡습니다.
 
은범:...조심히 올라 타세요. (맞은편의 자리에 눈짓합니다)
 
라빈:와아... (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배에 발을 딛는다. )
 
라빈이가 은범이를 따라 조각배에 탄다면,
 
이어지는 것은 꿈결 같은 순간입니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은범이는 천천히 노를 저으며 라빈이에게 반딧불이의 전설을 이야기해줍니다.
 
은범: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에요.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늘 반딧불이가 함께하거든요.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 여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해요.
또, 부부의 연을 맺을 때,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속으로 가는 연인들도 많아요.
이때 함께한 반딧불이가 잃어버린 연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전설이 있거든요.
 
라빈:( 흔들리는 물결과 길을 밝혀주는 반딧불이를 빠짐없이 눈에 담아본다. 은범이가 입을 떼자 네게 시선을 돌린다. 노를 젓고 있는 모습이 이 풍경과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생각하며... 아름다운 꿈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 반딧불이... 그러고 보니... 반딧불이를 쫓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학교에서 자습을 하고 있었는데... 반딧불이 같은 게 반짝여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는데... 혹시 반딧불이가... 절 이곳으로 안내라도 해준 걸까요...? 은범이가 말하는 전설대로라면요...
 
은범:(노를 저으며 풍경을 눈에 담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보고는 옅게 미소를 띄웁니다) ...반딧불이가 라빈이에게 길잡이 역할이 되어줬나봐요. 이 곳을 꼭 여행해보라고. 그들에게 라빈이가 특별하게 느껴진 게 아닐까요. (팔목 쪽을 스치듯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거두고 노를 젓습니다)
처음 보는 거라고 했죠. ...풍경은 마음에 들어요?
 
라빈:... 그런 말을 들으니까... 조금... ( 불만만 가득했던 게 조금 미안해진다... 천천히 깜빡이는 반딧불이를 바라보며 입가에 손을 모아 작은 목소리로 미안해 속삭인다. ) 제가 있던 곳에서도... 반딧불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 거예요... 공기가 좋은 곳이 아니면 보기도 힘들고... 이렇게나 아름답잖아요? 정말... 마음에 쏙 들어요... 이런... 아름다운 곳은... 태어나서 처음 봐요... ( 자세를 바로하고는 은범이를 빤히 바라본다. )
 
알아 들은 것인지, 반딧불이 한마리가 라빈이의 주위를 느리게 빙글 돌다가 멀어집니다.
 
은범:(반딧불이에게 속삭이는 라빈이를 보며 저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를 띄웁니다) 라빈이는... 다정하네요.
...마음에 들면 다행이다... (작은 빛들에 둘러싸여 고양된 당신의 표정을, 같이 빤히 바라봅니다) 이 풍경과 정말 잘어울려요.
 
라빈:( 가까이 다가온 반딧불이를 눈으로 따라가다 멀리 날아가는 걸 손을 흔들며 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한참 멀어진 곳을 바라보다 ) 그, 그런가요...? 은범이도 엄청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붉은 뺨이 조금 더 빨개져선 시선을 데굴 굴린다. 잔잔하게 갈라지는 물소리를 듣다가 ) 반딧불이가 안내해 준 건 혹시 은범이에게로가... 아닐까... ( 저도 모르게 생각한 것을 혼잣말 하듯 입 밖으로 꺼냈다.
 
은범:... (당신의 붉어진 뺨에 저도 얼굴에 미미한 열이 피어오르는 걸 느낍니다) ...고마워요. (어색한 헛기침 소리를 내며 가만히 노를 젓다가,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긴장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듯 작은 웃음소리를 냅니다) 그럼.. 단순한 이계여행을 온 게 아닌, 저만의 손님인 걸까요, 라빈이는.
 
라빈:(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네게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 그렇게 말하니까... 엄청 특별한 여행 같아서... 더 들뜨게 되는데...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한 거니까요... 처음 봤을 때부터... 다른 요괴들이랑은 다른 느낌이었어요... ( 자신의 다리에 슬쩍 팔을 올려놓아 턱을 괴고는 고개를 기울여 은범이와 눈을 맞춘다. ) ... 은범이 만의 손님으로 이곳에 온 걸로 할래요... 그래야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은범:...그래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라빈이가 평범한 손님으로는 느껴지지 않았어요. (작은 빛들을 받아 반짝이는 눈동자를, 자신도 시선을 맞받아치듯이 피하지 않고 바라봐요)
...그 생각이 변하지 않도록, 예쁜 경험이 되도록 저도 노력할게요.
 
이야기가 끝날 무렵, 조각배는 호수의 끝에 도달합니다.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은범:...도착했네요, 내릴까요?
 
라빈:네...! ( 조금 아쉬운 듯 배에서 몸을 일으켰으나 또 다시 펼쳐진 아름다운 꽃들에 시선을 빼앗겼다. )
예쁘다...
 
은범:(천천히 노를 정리하고 내린 후, 당신의 시선을 빼앗은 달맞이 꽃 풍경에 침투해 손을 내밉니다) ...잡고 올라와요.
 
라빈:( 풍경 사이로 손이 불쑥 들어오자 조금 놀랐으나 금방 웃으며 맞잡고는 천천히 배에서 내린다. ) 고마워요...
 
은범이는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문득 은범이는 라빈이가 있는 쪽으로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은범이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능 판정
 
라빈: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라빈:(꺗!)
 
천재예요
 
라빈:(히죽...)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문득 든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까맣기만 할 뿐인 하늘을 보자,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라빈이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이성 판정
 
라빈: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운다썻다...
 
라빈:(울먹...)
 
이성 -1
 
왜인지 조금 무섭지만,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
 
오두막의 내부는 조촐합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은범:식사 준비해드릴게요.
심심하시면... 책 꺼내서 읽어봐도 좋아요.
 
은범이는 그리 말하며 잠시 주방(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갑니다.
 
라빈:( 귀여워... )
( 안에 들어와 감상에 젖어있던 것도 잠시 식사를 준비하러 가는 은범이를 바라본다. ) 저도 같이... 해요...! 요리에 자신은 없지만... (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지고 싶지 않은지 쫄래쫄래 뒤를 따라붙었다. )
 
은범:(아기새처럼 쪼르르 따라와버린 라빈이의 행동에 마냥 웃어버립니다) ...괜찮아요. 많이 피곤하실텐데... 간단한 요리라, 금방 끝날 거예요.
...(머뭇거리다가 당신을 조금 안고 도담이고는 바로 떨어져요) 멀게 느껴지지 않게, 계속 대화해요. 괜찮죠?
 
라빈:으음... ( 쳐진 눈썹이 더 힘 없이 내려간다. 이내 안아주고 다독여주는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머뭇 고개를 끄덕이며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 알겠어요...
 
은범:(장하다는 의미로 씩 웃어보여요) 조금만 기다려요. ...책이 재밌는 게 있을진 모르겠지만... 한 번 살펴보세요. (다시 당신과 멀어지곤 있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라빈:책... 별로 안 좋아하는데... (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거리며 만화책도 있을까... 터덜 책장 앞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
 
ㅋㅋㅋㅋ귀여워
 
자...이제 조사타임입니다...
 
라빈:( 불끈! )
 
자료조사 판정
 
라빈:
자료조사
기준치: 29/14/5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꺗! )
 
wow
 
책장에 꽂힌 책들은,
 
라빈이가 읽을 수 있는 문자들로 쓰여있습니다.
 
교과서나 소설, 철학서나 역사서들이 대부분이며,
 
소설 중에는 라빈이가 익히 아는 책도 있습니다.
 
개중에서 라빈이는 <이계탐험록>이라는 두툼한 책을 발견합니다.
 
한 번 봐볼까요?
 
라빈:( 책장에서 두툼한 책을 꺼내본다! )
 
이계탐험록에서는 <요괴 5 철칙>,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신목의 규칙>, <어떤 기록> 을 볼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라빈:( <요괴 5 철칙> 부분을 읽어본다. )
 
 
읽다 보면 문득 라빈이를 먹으려 한 요괴들을 생각해냅니다.
 
철칙치곤 너무 쉽게 무시하려 했는데 말이지요…….
 
라빈:( 끄덕끄덕... )
( 다음으로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를 읽어본다. )
 

 
라빈이는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빈:음음... 그렇구나... 학년 구분이 없구나... ( 500살... 에서 800살...? 은범이 쪽을 힐끔 바라보다가 )
 
은범:(분주한 뒷모습,,)
 
라빈:( 흐으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신목의 규칙> 을 읽어본다. )
 

 
다 읽은 후,
 
관찰 판정 (어려움 이상)
 
라빈:( 헉... )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ㅎㅎ
 
그 외엔 별 다른 걸 찾지 못했습니다.
 
라빈:( 우... )
( 마지막으로 <어떤 기록> 을 읽어봅니다. )
 
 
어라?
 
그러고 보니 앞선 글은 라빈이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마지막에는 저자의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만,
 
책이 너무 오래되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라빈:( ...! )
 
라빈이는 책의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라빈이가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니까요.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은범:엄청 조용하다 했더니, 독서에 푹 빠지셨나보네요.
 
책을 다 읽을 무렵 은범이가 쟁반을 라빈이 앞에 내려놓습니다.
 
라빈:헉...! 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 500살... 800살... 쟁반을 내려놓는 은범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
 
은범이가 내려놓은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도마뱀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른 그릇 역시 풍뎅이, 개구리, 잠자리 등의,
 
라빈:도마...!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은범:도마...?
 
라빈:뱀... 뱀뱀... 뱀~
( 땀뻘뻘... )
 
은범:...선생님은 이게 제일 먹을만하다고 하셨는데…
싫어요? (꼬리 축...)
 
라빈:으으음...!... ( 시무룩 쳐진 꼬리에 땀만 뻘뻘 흘리며 그릇에 담겨 있는 것들을 노려본다... )
이건... 장식인 걸까요...? ( 도마뱀의 꼬리를 살며시 들어 빙글 돌려본다... )
 
은범:...
다... 먹는 건데...
 
라빈:... ! ( 혹시나 은범이가 울까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 역시 그렇죠!? ... ( 그래! 다른 나라에선 도마뱀 구이... 곤충들을 먹곤 하니까... 개구리도... 구워 먹으면 맛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하지만 절대 자신은 죽을 때까지 먹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
 
은범:미안해요… 먹기 싫으면 다른 걸로 내일 찾아다 줄게요. 조금만... 참을 수 있어요?
(당신의 생각을 어렴풋이 읽은 듯, 부담을 주고싶지않아 조심스레 물어봐요)
 
라빈:( 도마뱀을 내려놓고는 손으로 자신의 주린 배를 통통 두드려본다. ) ... 미안해하지 마세요...! ... 음... 도마뱀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을... 까... 요...? ( 방긋...! )
( 그리고는 눈치를 보며... ) 혹시... 다른 건... 어떤 거요...?
 
은범:(당신의 발언에 조금 화색이 돌고, 뒤에서 파앗 하는 오로라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도마뱀은 먹을만 할 거예요. (도마뱀을 제 앞으로 가져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다시 내밀어보입니다.... 썰어진 모양은 꽤나... 정상적인 음식처럼 보일지도...?ㅎ)
음, 내일은 축제니까... 다양한 음식을 많이 팔 거예요. 그 중에는 라빈이가 좋아하는 음식도 있을 거고요.
 
라빈:( 은범의 뒤로 오로라 같은 것이 보이자 더욱 거절하기 힘들어졌다...! ) 으흠... 하핫... (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정말 한 입에 쏙 넣기 좋은 크기로 썰리는 도마뱀 구이를 바라본다. 조각조각 날 때마다 어쩐지 자신도 아파옴을 느끼며... 그러다 축제 이야기에 금방 표정이 밝아지더니 조금 더 가까이 몸을 기울인다. ) 축제...! 같이 구경하러 가는 거예요?!
 
은범:(라빈이 입에서 축제라는 단어가 나오면 저도 한껏 즐거운 표정이 됩니다) 축제 재밌겠죠...! 안 그래도 말 하고 싶었는데, 같이 가요.
100년에 한 번 열리는 만큼이나, 정말 볼 게 많고 즐거운 축제예요.
질 나쁜 요괴들이 몇 있긴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제가 지켜드릴 수 있으니까요. (잔뜩 기대하는 얼굴!)
 
라빈:( 고개를 아래위로 열심히 끄덕이며 ) 네...! 엄청 기대돼요...! ( 한껏 들떠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은범이의 말을 듣고 있으니 자신의 감정 또한 들뜨고 고조됨을 느낀다. 두근거림에 붉어진 볼을 손등으로 꾹 눌러보곤 다시 엉덩이를 붙여 제자리에 앉아 그릇에 놓인 도마뱀을 슬쩍 바라보다가 ) 은범이만 믿을게요...! 100년에 한 번 열리면... 그만큼 요괴들도 엄청 많고 큰 축제일 것 같은데...... 절대 절대... 저 혼자 두고 어디로 가버리면 안 돼요...?
 
은범:(이미 도마뱀은 안중에도 없는지, 들뜬 당신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다가 방긋 웃어보입니다) 그럼요, 저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으니, 불안하게 하지 않을게요. ( 내일이 기대가 되는지 꼬리가 정신없이 붕붕 흔들립니다)
아....그리고,
라빈이만 괜찮다면... 제게 말 편하게 하셔도 괜찮아요. (머뭇거리듯 고개를 조금 숙이고, 시선만 들어 당신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라빈:( 뒤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꼬리가 귀여워 풋 하고 웃음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엄청 솔직한 꼬리네~ 저 또한 기분 좋게 기대할게요~! 대답하고 웃어 보인다. ) ... ( 뒤이어 오는 말에 귀를 기울이자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입은 여전히 웃고 있지만 눈만 깜빡인 채 그대로 굳어서는 ) 말을... 편하게요...? ( 고개를 숙여 시선만 올린 모습이 또 너무 귀여워 그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은범이의 머리에 살포시 손을 올려 쓰다듬어버린다. )
 
은범:... (웃음기 돌던 얼굴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천천히 바뀝니다. 가만히 쓰다듬어지다가, 머리 윗쪽의 귀가 건드려지면 가끔 파락거립니다) ...편하게, 반말해도 괜찮아요. (꼬리의 속도가 느려졌지만 여전히 살랑이고 있어요)
 
라빈:( 팔랑~ 간지러운 것을 털어내듯 흔들리는 귀가 귀여워서 옅게 웃곤 이번엔 귀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려 보았다.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내는 네 모습에 ) 그럼... 은범이도... 나한테 말 편하게... 하는 걸까...? ( 조금 어색한지 아랫입술을 말아 깨물곤 장난스럽게 히죽 웃보인다. )
 
은범:(톡톡 건드릴 때마다 귀가 조금씩 반응해요) ...제가요? (라빈이가 말을 놓았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당황해서, 멀뚱 당신을 바라보다, 시선을 조금 내려요) ...조금 어려울 것 같지만...
...서로 말 놓는 게... 아무래도, 라빈이한테도 편하겠죠...
(작게 심호흡하다가, 눈동자는 라빈이가 아닌 어만 곳에 두며, 제 손을 뒷목으로 가져가 조금 만집니다)
...괜찮....아?
 
라빈:( 손이 닿는 대로 반응하는 귀가 너무 귀엽다... 이따 더 만져봐야겠다 다짐하곤 자신이 아닌 다른 곳만 바라보는 은범이의 모습에 그 시선 끝에 자신이 자리하도록 두 뺨을 잡아 자신을 마주 보게 한다. ) 응...! 좋아...! 이렇게 말하니까... 꼭... 친구 같아...
 
은범:...! (라빈이의 손길에 이끌려, 자연히 시선을 라빈이의 눈으로 옮깁니다) 나도...그렇게 생각해.
...조금 짧은 시간이겠지만... 같이 있는 동안 친구, 할까? (조금 붉어진 얼굴은, 눈을 접어 헤, 하고 웃습니다)
 
라빈:친구... ( 은범이의 웃는 얼굴이 무척 예쁘다는 생각과 동시에 불현듯 짧은 시간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뺨을 가볍게 쓸어주다 굳은 얼굴로 어색하게 미소 지어보인다. ) 이렇게까지... ( 말 끝을 흐리며 손을 거두고는 살며시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
 
은범:(라빈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끝을 흐리면 궁금증이 묻어나는 얼굴로 앉을 때까지 바라봅니다. 꼬리도 왠지 물음표 모양...)
(궁금증도 잠시, 아랑곳 않고 맑은 미소를 짓습니다) ...이렇게 된 거, 같이 남부럽지 않은 즐거운 시간 보내자.
(그리고 식은 밥상 슬쩍 보다가 시선을 거둬요)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잘까?
 
라빈:남부럽지 않은... ( 잘린 도마뱀이 담긴 그릇을 바라보다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버릇처럼 자신의 뺨을 힘껏 문지르며 정신 차리자는 듯 눈을 꾹 감았다 뜬다. 이내 밝은 얼굴로 돌아와서는 ) 좋아! 진짜 재미있게 놀 거야! ( 호기롭게 도마뱀 구이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 아직 졸리지는 않은데...! 은범이가 졸리다면... 그런데 은범이는 별로 먹지도 않았잖아... ( 입을 우물거리다 급히 목 뒤로 넘겨버린다. 그리고 한 조각을 네 입 가까이 가져다준다. ) 아~
 
아주 잠깐 입안에 스쳤던 도마뱀의 맛은, 생각보다 먹을 만한 맛이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은범:라빈이 딴에는 기이하고 많은 일을 겪었는데도, 아직 쌩쌩하구나... 라빈이는 건강하네. (잊고 있던 도마뱀 구이를 먹어주자, 행복의 미소가 떠오릅니다) 아... 괜찮아, 난 아까 간보면서도 많이 먹었.... (까지 말하다가, 입에 가까이 대주면 자연스레 이로 물어 입으로 쏙 가져갑니다)
맛있어... (헤헤)
(그리곤 입을 가려 하품합니다)
 
라빈:원래도... 별로 무서운 게 없었거든... 그래도 막상 이런 곳에 뚝 떨어지니까 무서웠는데... 은범이가 있으니까... 어떤 일이 생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 맛있게 받아먹곤 헤헤 웃는 네 모습에 저도 따라 웃어본다. 마음이 편해져서 일까 은범이의 하품이 옮기라도 한 듯 자신도 따라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한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가볍게 훔치곤 ) 은범이 졸리대요~
 
은범:너도...방금 하품했잖아. (즐겁다는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어요) 아무튼, 네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기쁘다. 너에게 의지가 되는 요괴가 될게. (또다시 오로라를 풍기며 꼬리 살랑거려요)
아무리 쌩쌩해도, 내일 더 즐겁게 놀려면... 이제 자야할 것 같아.
 
어느덧 밤은 완전히 깊어졌습니다.
 
하루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네요.
 
은범:아! 큰일 났다.......... 베개랑 이불이 1인분 몫밖에 없어. 난 혼자 살거든...
어쩔 수 없네... 라빈이가 써. 라빈이는 나만의 손님이니까. (든든한 표정 지음)
 
라빈:뭐...!?... 그치만... 그러다가 감기라도 걸려서... 내일... 아프면...
내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구해주기로 했잖아...
 
은범:그럴 일 없어요. 정말 괜찮아요... 가끔, 이불없이 자기도 해요.
 
라빈:정말...?
 
은범:(아... 말 놓기로 했지...) 크흠! ...응, 정말.
 
라빈:( 너무 자연스러워서 자신 또한 깜빡했다! 금방 말투를 바꾸는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 웃고는 ) 알겠어... 그래도... 추우면 꼭,꼭...말해야해...?
 
은범:...알았어, 라빈이는 정말 다정해. (옅게 웃고는 등을 가볍게 떠밀어 침실에 데려다줍니다)
그럼 잘자, 라빈아.
 
라빈:응... 은범이도... 잘자...!
 
누군가는 싸늘한 나무판자 바닥에 몸을 눕히고,
 
누군가는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에서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라빈이가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 ...
 
그리고,
 
라빈이는 어떤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라빈이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라빈이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라빈이의 팔목에 방울이 달린 장식을 채워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인연을 소중히 하렴, 라빈아.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딸랑,
 
딸랑…….
 
◆◆◆
 
방울 소리와 함께 라빈이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좁은 오두막 안에서 은범이가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딸랑 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어나면 관찰 판정
 
라빈: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9개 정도일까요?
 
어제는 정신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은범이의 오른쪽 발목에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은범:라빈아, 빨리 일어나..!
 
라빈:(. ㅇ0ㅇ)!!!
 
은범:이제 축제가 시작될 거야. (쉼없이 살랑대는 꼬리)
 
라빈:일어났어, 일어났어~! ( 후다닥 이불을 정리하고는 잔뜩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한다. 그리곤 은범이 발목에 달린 방울을 빤히 바라봐요. ) 발목에... 그거...
 
은범:(따라 발목 쪽으로 시선을 옮겨요) 아... 이건, 내 요력을 담은 물건이야.
요력은 곧 내 생명력이거든.
...!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축제...! (귀 쫑긋!)
 
라빈:( 은범이 말을 들으며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다 바쁘게도 살랑이는 꼬리와 귀를 보곤 풋 하고 헤실 웃더니 ) 그치... 축제! ( 손으로 대충 머리를 빗어내리곤 혹시나 침 자국이 있진 않을까 뒤늦게 얼굴을 슬쩍 가리더니 ) 그 전에... 나... 세수부터... 하고 싶은데~
 
은범:아... 응!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호수에서 씻으면 돼. 아차, 그 전에...
선물 하나 줄게.
 
라빈:선물...? ( 손가락 사이로 은범이를 빤히 바라보며 )
 
은범이가 손가락을 탁, 튕기자,
 
라빈이에게 복슬복슬 귀여운 강아지 귀가 생깁니다.
 
앙증맞은 폭신한 꼬리도요!
 
은범:이러면 요괴들이 쉽게 의심하지 못할 거야.
 
라빈:...!!
(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위화감이 드는 곳을 더듬거리자 복슬복슬한 것이 달려있어 깜짝 놀라요! )
 
귀와 꼬리는 라빈이의 자의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
 
라빈:( 쫑긋쫑긋 살랑살랑... )
 
하. . . .개귀엽따
 
라빈:신기해... (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눈으로 쫓으며 빙글빙글 돌아봐요~ )
 
은범:잘 어울려.
자, 이제 어서 씻고 와! 빨리! (붕방)
 
라빈:선물... 고마워! 쓰레기통을 뒤집어 쓰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 은범이를 반짝이는 눈으로 힐끔 거리다가 호수로 향한다. )
 
힐끔!
 
그러고 보니 이곳, 오두막에서는 변변한 놀잇감도 찾기 어려웠죠.
 
요괴들에게 이 축제는 무척이나 특별한 행사인 것 같으니,
 
은범이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은범:(호수 옆 뜰에 누워서 기다리는 중... 나비랑 놀고 있음)
 
라빈:(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 머리위에 돋아난 귀를 쫑긋쫑긋 움직여본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핀으로 앞머리를 말끔하게 올리더니 맑은 물에 어푸어푸 얼굴을 씻어내린다. 돌아가려 몸을 돌리면 나비랑 장난을 치고 있는 은범이의 모습에 조심조심 다가가 깜짝 놀래켜봐요! ) 왕!
 
은범:(한가하게 엎드려누워 나비를 바라보다가 라빈이가 내는 소리에 어깨를 들썩이며 눈을 커다랗게 뜹니다) ...깜짝 놀랐어! (삐쭉 솟은 꼬리는 다시 부드럽게 살랑거리고 당신을 향해 씩 웃습니다)
역시 강아지로 하는 게 맞았지... (혼자 중얼거리더니 손을 잡아 이끕니다) 다 준비됐으면 가자!
 
라빈:( 은범이의 반응에 만족한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려 장난스럽게 히죽 웃는다. 강아지라는 말에 은범이를 따라 꼬리를 살랑이다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겨본다. ) 응! 축제가 열리는 곳은... 또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거야?
 
은범:(살랑이는 꼬리를 보며 만족하듯이 웃습니다) 아니! 오늘은 이쪽이야...!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밤이 아니므로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라빈이와 은범이는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라빈이가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은범이는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라빈이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은범:이건… 미아방지책이야.
 
반대편 실의 끝은 자신의 손목에 묶고, 매듭짓네요.
 
보기에는 무척 가느다란 실인데, 이런 실로 미아 방지가 가능한 걸까요?
 
은범:결속의 끈이라고 해서… 요력을 불어넣어 강하게 만든 끈이야.
단순해 보이지만… 거의 끊어지지 않고, 자동으로 거리가 조절 되니 걱정 마.
주로 어린 요괴랑 산책할때 자주 쓰이는 끈인데…
...라빈이는 오늘 요괴가 됐으니, 어린 요괴가 맞지. (강아지 귀를 건드리며 조금 웃어요)
 
라빈:( 웅성거림과 웃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져오면 마음이 더욱이 들뜨기 시작해 걸음 또한 빨라진다. 원래부터 자신의 것이라도 되었던 것 마냥 흔들리는 꼬리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붉은 실을 자신의 손목에 묶어주며 꼼질거리는 은범이의 손가락을 빤히 바라보다가 ) 미아... (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전부 재미있는지 얼굴 한가득 미소만 머금고 있다. ) 계속 은범이 옷자락만 잡고 다녀야 하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하면 확실히 더 안심될 것 같아... ( 은범이가 만지는 쪽 귀를 쫑긋 움직이더니 끈이 묶인 손목을 빙글빙글 돌려봐요~ )
 
하긴, 몇백 살 이상 먹은 은범이의 입장에서는 라빈이가 어린 아이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라빈:맞아! (문득 생각났다는 듯!)
 
은범:...?
 
라빈:은범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걸... 자기전에 머릿속으로 정리해봤어... 축제에 가는 길에 전부 물어보려고... ( 힐끔힐끔... )
 
은범:...궁금한 건 언제든지 물어봐. (축제 거리를 코앞에 두고 힐끔이는 당신을 보며 다정히 웃어보여요)
 
라빈:( 다정한 미소에 자신감을 갖고! ) 어제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게 생겨서... 은범이는... 500살이 넘은 거야?
 
은범:.........
 
라빈:( 눈 반짝... 반짝... )
 
은범:....그야, 인계보다는 이계의 시간이 더 빠르고...
너무 신경쓰지마세요. (옆눈)
 
라빈:흐으음~~ ( 은범이 시선을 따라 움직여봐요 )
 
은범:(아차... 또 튀어나온 존댓말.... 어쩐지 식은땀을 뻘뻘흘려요) 우리, 일단 축제부터 즐기자...!
(라빈이를 이끌고 앞서나가요)
 
라빈:( 자꾸 말을 돌리는 은범이의 옆모습을 조금 노려보다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따라 걷기 시작한다. )
치사...빤스...
 
은범:... (이해못하는 단어지만... 먼가 잘못했음을 인지했다... 눈치...)
 
라빈:( 눈치를 보는 은범이와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휙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본다. )
 
은범:;;;
....7백 쯤...됐나.... (어영부영 거짓말...)
 
라빈:( 은범이의 목소리에 강아지 귀를 쫑긋 세우곤 몸을 돌리더니 호기심 어린 눈을 잔뜩 반짝인다. ) 칠... 백...!
 
은범:큼;;; (눈을 피해요) 이...이제 됐죠? 어서 즐기러 가요... (빠른 걸음...)
 
라빈:( 잔뜩 꼬리를 흔들며 은범이의 걸음을 빠르게 따라 붙는다. ) 은범이 또 존댓말 썼대요~ ( 흠흠 목을 가다듬곤 ) 아무리... 이곳의 시간이 빠르더라도... 심심하지 않았어...?
 
은범:....! 아...... ( 또 실수해서 조금 붉어져요) 익숙해지지가 않네... 또 그래도, 모른 척 넘어가줘. (헛기침...)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맡은 바를 하고 다 하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 같은 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약하게 젓습니다) 아무튼! 이제 정말 놀러 가자... 질문하는 시간은 잠깐 종료...!
(당신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손을 이끌어 축제 속으로 스며듭니다)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라빈이와 은범이는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은범:라빈아, 어디 부터 갈까? (요괴들 사이에서 두리번!)
 
라빈:( 은범이를 따라 반짝이는 눈으로 이리저리 두리번! ) 나... 일단.. 배가 고파서... ( 자신의 주린 배를 살살 쓰다듬으며 기운 없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
 
은범:아, 어제 제대로 먹지 못했지...(라빈이 배 같이 봄..) 그럼... 식당가부터 갈까? (꼬리 살랑)
 
라빈:도마뱀 구이... 나쁘지 않았지만... ( 옆눈... ) 응! 좋아! ( 꼬리 살랑! )
 
살랑거리는 꼬리 두 개...
 
식당가에서는 많이 먹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그 메뉴는 메뚜기 튀김으로,
 
라빈이에게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
 
라빈:...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라빈이의 선택은?
 
라빈:... 은범이는... 국수가 좋아... 메뚜기... ( 마른 침을 삼키곤... ) 튀김이 좋아...?
 
은범:음... (표정을 살피다가...) 든든하게 먹으려면 역시 국수가 낫겠지? (나 잘 선택했지? 하는 표정으로 해사하게 웃어요)
 
라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울망한 눈을 하고 환하게 웃으며 은범이를 바라본다. ) 응응! 역시 은범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 은범이의 손을 잡아 끌어 고소한 육수의 향을 따라 신난 걸음을 옮겨본다! 꼬리 붕붕~ )
 
귀엽다.....................
 
은범:(귀엽다..... 꼬리보고 작게 웃어요) 그럼 내가 주문하고 올테니까 라빈이가 자리좀 맡아줘.
 
라빈:응! 알겠어! 내가 제일 잘 하는 거야! ( 후다닥 빈자리로 달려가 다소곳 앉더니 무릎 위에 주먹쥔 손을 올려놓곤 주문하려는 은범이를 바라보고 있다. )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적당한 곳에 자리잡으면,
 
은범이는 국수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로 갑니다.
 
그리고...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타타:선생님?
 
고양이... 같은 외관의 요괴 하나가 라빈이를 보고 있습니다.
 
라빈:??? (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려 ) 네... 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타타:....선생님이 아니신가요? (갸웃)
 
라빈:요... 요괴 잘못 보신 것 같은데... ( 당황한 시선을 데굴 굴리며 주문하러 간 은범이만 힐긋힐긋 )
 
타타:어..... 아니셨군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죄송합니다, 은사님과 아주 닮아서 착각했어요!
 
라빈:아! 제 이름은... 라빈이라고 해요...! ( 마음을 가라앉히곤 자신 또한 타타에게 이름을 알려준다. ) 졸업생... ( 시험을 통과했나 보구나... 신기하다는 듯 잠시 타타를 빤히 바라보다가 ) 그... 선생님과 제가 그렇게 닮았나요...? 아 혹시 은범이라고 아세요? 저~ 쪽에 주문하고 있는... 은범이도 영월호 학생이라던데...
 
타타:아, 라빈이라는 분이셨군요! (끄덕끄덕) 네~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닮으셨어요!
아~ 은범이요? 알죠~ 영월호 동문이거든요!
은범이 녀석, 몇백 년 째 졸업 시험도 거르고……. 걱정되던 참이었어요.
 
라빈:안 그래도... 100년에 한 번 졸업 시험을 치른다고 들었는데... ( 은범이가 일러준 나이를 떠올리곤 고개를 갸웃한다. ) 그 선생님이라는 분도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살면서 저랑 똑 닮은 사람... 음... 아니아니... 닮은... 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타타:선생님이요? (눈 반짝!) 선생님은 무척 좋은 분이셨어요!
(힐끔 라빈이 봄) 라빈이는 인간이시죠? 분장은 유심히 보면 티가 나니까요. 후후...
선생님도 인간이셨는데 놀랄 만큼 저희를 잘 이해해주셨어요.
전쟁 직후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셨으니까요!
휴... 은범이만큼 선생님을 잘 따르던 학생도 없었는데.
오죽하면 졸업도 안 하고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타타:선생님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셨거든요...
은범이가 선물을 하나 했다고 들었는데…….
 
은범이가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라빈이 방향으로 오자,
 
타타:헉!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은범이는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봅니다.
 
은범:...저 아이랑 무슨 얘기 했어?
 
라빈:( 타타의 말을 듣고 있자니 새록새록 어제 읽었던 책의 내용이 하나둘 떠오른다. 눈을 반짝이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던 중 은범이가 다가오는 모습에 서로 인사 하는 모습을 기대했건만 후다닥 자리를 뜨는 타타의 행동에 동그랗게 뜬 눈을 꿈뻑인다. )
으음... 은범이가... 시험을... 계속 미루고 있는 학생이라는 이야기...?
 
은범:....
타타가 쓸데없는 소리를...
 
라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은범이 빠안~ )
 
은범:...다들 나를 무시해서 동문과 대화하지 않게 된 지 꽤 됐는데, 타타는 늘 아는 체를 한다니까... (국수 앞에 내려놔주고 맞은편에 앉아요)
 
라빈:무시해? 왜? 어제 보니까... 은범이는 무시를 당한다기보다... 영월호를 휘어잡고 있는 학생처럼 보였는데... ( 앞에 놓인 국수의 자태에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더욱 커진다. 부끄러움에 괜히 헛기침을 하곤 )
 
은범:나를 피하는 애들도 있고...
졸업이 늦다고 놀리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계속 미루다보니 재촉이 심해졌거든. 대놓고 무시하는 애들도 있고.
나는 신경 안쓰지만. (꼬르륵 소리에 옅게 웃어보입니다) 어서 먹자.
 
라빈:( 그렇구나...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꼬르륵 소리에 느끼던 부끄러움도 잠시 잘 먹겠습니다~ 작게 중얼거리며 국수를 한 젓가락 집어 든다. 후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수를 식혀 한가득 양 볼에 넣고 우물 거리더니 눈을 반짝인다! ) 우우움! ( 맛있다~! )
( 자신을 똑 닮은 선생님에 대해서도 물어 보고싶은데... 국수를 먹는 걸 멈출 수 없어 시선만 은범이에게 고정한 채 입을 열심히 움직인다. )
 
은범:(맛있게 먹는 라빈이의 모습에 만족감이 피어오르며 작게 웃습니다. 그러다 눈빛을 읽고는 먼저 넌지시 말을 걸어요)
...타타가 다른 이상한 이야기라도 했어?
(자신도 국수를 먹으며 대답을 기다려요)
 
라빈:( 우물우물우물... 꿀꺽! 국수를 목뒤로 넘기곤 조금씩 배가 차기 시작하니 기운이 돌아 입을 떼본다. ) 영월호에 날... 똑 닮은 선생님이 계셨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 두 손을 꼬옥 모아 쥐어 턱을 괴곤 궁금하다는 듯 국수를 먹는 은범이를 바라본다. )
 
은범:... ...
(입가로 가져갔던 젓가락을 내립니다) ...맞아, 그랬지.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할까? (묘하게 웃으며 마저 국수를 먹습니다)
 
라빈:( 자신이 물어봐 오는 이야기들을 전부 나중으로 미루는 은범이를 가는 눈으로 바라본다. ) ... ( 맛있게 국수를 먹는 은범이의 모습에 더 토를 달지 못하고 자신도 다시 젓가락을 들어 꿋꿋하게 국수를 입에 넣는다. 달걀 지단도 입에 쏙 넣으며 행복한 미소... )
 
잘 먹어요 우리멈머~
 
라빈:(:3 왕!왕!)
 
꺄아아아아~!~!~!!~
 
그렇게 조용하게 국수를 먹다보면,
 
어느새 그릇은 바닥을 보입니다.
 
은범:(라빈이의 그릇까지 가져가서 반납하고 옵니다) ...배도 채웠으니, 이제 놀러가자. (정적을 깨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해요)
 
라빈:그릇 정도는 내가 반납해도 됐는데... ( 미안한 기색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은범이 옆에 챱 붙는다. )
( 은범이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볼록해진 배를 슬쩍 만져보다 ) 노점들이 엄청~ 많던데...! 거기부터 구경 갈까?
 
은범:(붙어오는 당신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내려봅니다) 그럴까?
 
두 사람은 노점상으로 향합니다!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은범이는 어떤 가게 앞에서 멈춰섭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인계의 돈은 당연히 쓸 수 없겠죠.
 
은범:...갖고 싶은 거 있어?
 
라빈:( 그것들을 신기한 눈으로 차근차근 훑다 은범이의 목소리에 슬쩍 시선을 들었다 다시 가판대를 바라본다. 머뭇머뭇 입만 달싹이곤 ) 예쁘긴 한데... ( 까치발을 들더니 은범이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 다 비싸보인다... 그치...
 
은범:...아무래도 축제니까... 그래도 괜찮아, 나 돈 있어. (듬직한 얼굴!)
 
라빈:으음... ( 다시 색색의 물건들을 시무룩한 얼굴로 바라본다. ) ... 은범이... 한 달 생활비... 한 번에 날아간다거나...
 
라빈이가 시무룩한 얼굴로 가판대를 구경하고 있으면,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 라빈이에게 말합니다.
 
상인:이봐, 돈이 없다면 팔목에 있는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뾰족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라빈이의 팔목에 묶여있는 방울입니다.
 
문득 라빈이는 방울에 신경이 쏠립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지만,
 
특별히 예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정말 이 방울에 물건값을 대신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라빈:... 방울... ( 손목에 묶여있는 방울을 가볍게 흔들자 맑은 소리가 난다. 녹슬지 않고 동그란 모양이 나름 마음에 들었는데... ) ... 이게 그렇게 값진 물건이에요?
 
까마귀가 방울에 관심을 쏟자 은범이가 나섭니다.
 
은범:...라빈아, 그건 그냥 가지고 있어. (가판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라일락 모형이 달린 예쁜 머리장식을 하나 고릅니다) 이거 주세요.
(까마귀 상인의 시선을 제 쪽으로 이끌어 계산하고는 라빈이의 머릿결을 정리해주다가 조심스레 머리장식을 꽂아줍니다)
선물.
 
라빈:( 작게 헉...! 하는 소리를 내더니 시선을 데굴 굴린다. ) 방울이랑... 바꿀 생각은 없었어... ( 웅얼웅얼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워 장식을 달아주는 은범이의 손길에 얼굴이 잔뜩 붉어져선 땅으로 시선을 내려 발끝만 바라본다. ) ... 고, 고마워... 나는... 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은범:(붉어진 라빈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꼬리를 느리게 흔듭니다) 음... 그럼 대신 골라줄 수 있어?
 
라빈:고르기만...? 나도 직접 사서 선물해 주고 싶은데... ( 내린 시선으로 은범이의 살랑이는 꼬리가 보이자 눈만 들어 널 힐끔 거린다. 다시 천천히 가판대를 둘러보다가 하얀색과 하늘색이 예쁘게 섞인 자그마한 수국 머리 장식을 조심스럽게 들어본다. ) 이거... 은범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
 
은범:... (꼬리를 멈추고 예쁜 수국모양 장식을 빤히 바라보다가, 까마귀 상인의 눈치를 보더니... 달아달라는 듯 고개를 라빈이 쪽으로 숙여 봅니다)
 
라빈:( 고개를 숙이는 은범이가 귀여워 어디가 좋을까~ 머리 장식을 이리저리 배치해보며 은근슬쩍 복슬거리는 머리카락도 쓰다듬어 본다. 시무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들떠서는 이내 오른쪽 귀 위에 꽂아주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 모습을 감상한다. ) 역시... 너무너무 잘 어울려~!
 
은범:...누가 머리에 뭘 장식해주는 건 처음이야. (가만히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부끄러운 듯이 어색하게 웃어보입니다)
고마워... 잘 간직할게.
(그리고 기다리는 상인에게 돈을 건넵니다)
잘 어울려, 너도. (꼬리 살랑...)
 
라빈:( 처음이라며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귀여워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자신 또한 얼굴이 잔뜩 붉어졌을 것이 안 보아도 뻔했기에 그저 은범이가 선물해준 꽃장식을 더듬더듬 만져본다. ) 나도... 정말 소중하게 간직할게... 너무... 고마워서 어쩌지...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 꼬리 살랑... )
 
은범:나와 같이 축제를 함께해 주는 게 선물이야. (부끄러워하던 얼굴 위로 곧 기분 좋은 웃음이 떠오릅니다)
그러고보니 노점상에도 먹을 걸 파는데... 간식 거리라도 사올까?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라빈이와 은범이에게 손짓합니다.
 
상인: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솨봐~
 
라빈:...
 
은범이는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설마 정말 라빈이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라빈:( 은범아...! )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라빈:( 바들바들... )
 
이성 판정
 
라빈: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라빈:(.8_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빈:(.8ㅅ8)
 
계산을 마친 후,
 
은범이가 라빈이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라빈이가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라빈:( 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동그랗고 예쁘게 생긴 약과를 받아든다. ) 먹어도 돼...?
 
은범:(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라빈:( 숨길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한 입 베어먹으려다 멈추곤 입을 꾹 다문다. 은범이 입가에 슬금 내밀곤 ) 은범이 먼저...
 
은범:... (눈을 내리깔고는 고개를 약간 숙여 라빈이 손에 들린 약과를 작게 한 입 베어먹어요) 독이라도 탔을까봐 먼저 먹으라고 한 거야? (장난스레 말하며 우물우물 맛있게 먹어요^^)
 
라빈:그... 아냐!! ( 장난스런 네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은범이의 입안으로 사라지는 약과의 모습에 자신도 같은 자리를 깨물어 본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맛에 히죽 웃곤 ) 너무... 맛있다...... 행복해... ( 울먹... )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약과 가운데에는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뒤따라옵니다.
 
은범:...왠지, 좋아할 것 같았어.
선생님도 약과를 좋아했거든.
이제 더 재밌는 거 하러가자.
 
라빈:( 와앙 약과를 한 입에 다 넣어버리곤 이따 집요하게 캐물어 은범이에게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거라는 다짐을 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범:사격장에 가볼래?
 
라빈:( 입을 우물 거리며 고개 끄덕끄덕! )
 
귀엽다...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라빈이와 은범이를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상인:어서 옵쇼! 두 분 맞으십니까!!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쇼!!
 
은범:해볼래?
 
라빈:응...! 자신은... 없지만... ( 약과 포장지를 작게 접에 교복 주머니에 넣고는 다양한 모양의 활을 구경한다. )
 
은범:(기대..!)
(활들을 슬쩍 둘러보더니, 라빈이 키에 맞을 것 같은 활을 골라줍니다)
 
라빈:( 은범이한테 먼저 해보라고 할 걸... )
 
은범:(ㅎㅎ)
 
참가한다면, 라빈이는 정신력과 근력 판정입니다.
 
같이 굴려주세요!
 
라빈:( 활을 받아 들곤! )
 
들곤!
 
라빈: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Z
 
휭~
 
라빈:( 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ㅋㅋㅋㅋ )
 
화살은 멀리멀리 날아가 사격장 주인 옆에 꽂힙니다.
 
상인:와악!!;;;
 
라빈:( 에구! )
 
은범:...처음이니까. (온화)
 
라빈:죄송해요~!! ( ㅠㅠ )
우우... ( 은범이 빤... )
은범이도... 해봐...
 
은범:(스담...하다가) 응?
 
라빈:( 쓰다듬 받으며 빤히... )
 
은범:...(고민하다가) 음, 내가 시범 보여주는 것 보단... (뒤에서 라빈이의 팔을 잡아주고 화살이 과녁 끝을 제대로 겨누도록 도와줍니다) 잘 맞추도록 도와줄게. (하며 은근슬쩍 회피합니다)
 
라빈:( 입술을 삐죽였으나 은범이가 잡아주는 자세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겨본다. )
 
귀여워.
 
은범:이 상태에서... 이렇게.
 
은범이가 도와주니 보너스주사위 +1 해드리겠습니다
 
라빈:( 두근...! )
 
정신, 근력 판정 둘다 보라색 주사위로 굴려보세용
 
라빈:( 은범이를 믿어요~ )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375978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실패
 
과연!
 
라빈: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6259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2: 보통 성공
 
WOW
 
라빈:(.ㅇ0ㅇ) !
 
슉! 퍽!
 
멋지게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명중시켰습니다.
 
라빈:우와아아아~!!
 
어느 만화의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죽어라 이X야X!!
 
아무튼!
 
라빈이는 은범이와 무척 닮은 호랑이 인형을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은범:... (보상 봄...)
 
라빈:...!!!!!
너너너너...너무 귀여워...........
 
작아서 주머니에 쏙 들어가겠네요.
 
라빈:키링... 범이... 키링 ( 인형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손으로 콕콕콕 찔러봐요~ 은범이 머리 위에 살포시 올려보며 헤실 웃어요~ )
너무 귀엽다.............. 어떡하지...? ( 울먹... )
 
은범:...왜 호랑이...(조금 뻘쭘...)
 
라빈:호랑이... ( 반짝반짝... )
 
은범:(그러다 라빈이의 웃는 얼굴에... 라빈이가 만족하면 됐다는 듯, 작게 숨을 내쉬며 다시 다정히 웃어보입니다)
이번엔 맞춰서 다행이에요.
아니!
다행이야...
 
라빈:은범이 덕분에... ( 은범이의 팔뚝을 키링 손으로 콕콕 찌르며 헤실 웃는다. 그리곤 또 다시 존댓말을 쓰는 은범이의 모습에 ) 음~ 존댓말 쓰는 게 편하면... 은범이는 그냥... 존댓말 쓰는 걸로...! 어때~?
( 늦었따! )
 
은범:(늦었다..)
 
라빈:( 헤실! )
 
은범:...............
음.. 그럴까요.... 이게 다.... (혼자 중얼거리지만 들리지 않습니다)
이제, 또 다른 거 하러 가요... (포기)
 
라빈:흐흐흠~♪ ( 기분좋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래! 외치곤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다. )
( 은범이 닮은 인형 손에서 조물조물 )
 
은범:...(팔짱을 껴온 당신의 팔을 물끄러미 보다가 미미하게 웃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축제의 거리를 걷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은범이가 멈춰섭니다.
 
은범:...점 봐볼래요?
여기는 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 점괘 자체는 믿을 만 하지만…….
크게 신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거예요.
점괘는 어디까지나 점괘일 뿐이니까.
 
라빈:점...! 재미있겠다~! 좋아, 좋아! ( 이계의 점은 어떨까...? 신나서는 조심스럽게 커튼을 걷어본다. )
( 은범이가... 아는 사람...! )
 
라빈이와 은범이가 점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쿠라마 할멈:쓰였네! 아주 단단히 쓰였어!!
 
네?! 뭐가요?!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쿠라마 할멈:후후후...
미안, 해보고 싶었거든.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점집 주인은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웃으며 갓을 벗습니다.
 
은범이는 익숙한 듯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은범:(작게 한숨 쉬어요)...미안해요. 쿠라마 할머니는 늘 이러거든요.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
 
쿠라마 할멈:걱정하지 마라, 난 인간이라고 잡아먹으려 하진 않거든!
자자, 점이라도 봐주마.
 
쿠라마 할멈에게 운세, 미래 예지, 은범이와의 궁합을 볼 수 있습니다.
 
라빈:( 흥미진진한 얼굴을 하고는 쿠라마 씨에게 달린 9개의 꼬리, 그리고 둘을 번갈아 바라본다. )
세 개 다 볼 수 있는 건가요?
 
쿠라마 할멈:그럼, 그럼! (인자!)
 
라빈:와, 너무 좋아요~ ( 귀 쫑긋! ) 그럼... 가볍게... 운세부터?!
 
쿠라마 할멈:음, 그럼... 어디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을 말해 봐!
 
라빈:이름은... 배 라빈... 생년월일은..2003년 4월 24일... 태어난 곳은... 대한민국이요!
 
쿠라마 할멈은 천칭처럼 보이는 것을 조정합니다.
 
쿠라마 할멈: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한둘이 아니야!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네…….
라빈아,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해라.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은범:할머니… (지끈!)
 
라빈:...!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높은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라빈:인연을... 소중히 하거라... 누군가 그런 말을 또... 했던 것 같은데...
 
쿠라마 할멈:다음엔 뭘 보겠니?
 
라빈:으음...
미래를... 보고 싶어요...!
 
쿠라마 할멈:좋아, 좋아, 미래예지라...
어디 보자꾸나…….
흠?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천만 다행으로 라빈이,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쿠라마 할멈: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라빈:...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불안한데... 거대한 이변...? ( 은범이를 힐끔 바라봐요. )
이곳에 온 것 만으로... 큰 이변이기는 하지만...
 
은범:(같이 마주봅니다. 저도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해요)
 
라빈:( 갸웃하는 게 귀여워 은범이의 호랑이 귀를 톡 건드려보곤 )
 
쿠라마 할멈:어디, 마지막으로 궁합도 봐 보겠니?
 
라빈:너무 깊이 알면... 무서울 것 같으니까... 네네! 볼래요!
( 은범이 힐끔~ )
 
은범:(힐끔 바라보는 라빈이의 눈길을 가만히 맞받아치다가, 움직이는 할머니의 손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쿠라마 할멈:후후…….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이 점은 못 본 거로 하겠다.
 
쿠라마 할멈이 즐거운 듯 천칭에 수정 구슬을 올려놓습니다.
 
쿠라마 할멈:정말이지, 젊은것들이란 귀엽다니까.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라빈이의 목에 걸린 리본을 가리킵니다.
 
쿠라마 할멈:이걸로 내도록 해.
 
라빈:( 아리송한 쿠라마씨의 말에 이해해 보려 머리를 열심히 굴려보는 것도 잠깐... 복채 이야기에 자신의 교복 리본을 만지작 거린다. ) 이거요...?
 
쿠라마 할멈:그래, 그거!
그거면 충분해.
 
라빈:( 머뭇거리다 이내 조심스럽게 리본을 풀어 쿠라마씨에게 건네준다. )
 
쿠라마 할멈:(받아들곤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웁니다)
인간의 의복은 어쩌면 이렇게 얇고 간소한지…….
소장 가치가 있거든.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들 나가봐!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그렇게 라빈이와 은범이는 쫓기듯 점집에서 나왔습니다.
 
은범:...이상한 할머니죠.
 
라빈:( 리본... 이제 없다... 쫓겨나듯 점집을 나와 멍하니 리본이 빈 자리를 매만진다. 은범이를 바라보며 헤실 웃고는 ) 재미있었는 걸...! 점괘가... 아리송해서... 기분 좋게만 들을 수는 없었지만...
 
은범:...너무 믿지 않아도 괜찮아요.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끼며....) 그러고 보니 간이낚시도 유명한데... 같이 하러 갈래요?
 
라빈:(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려다 만져진 머리 장식에 다시 기분이 좋아져 입가에 미소가 드리운다. ) 응! 갈래, 갈래~
 
두 사람은 간이 낚시터로 향합니다.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새로 길은 듯 맑은 물이 대야에 담깁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은범:... ...
 
라빈:...
 
은범:위험...할까요...
 
라빈:으음...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은범:... ...
...안 무나요? (상인에게 대화시도...)
 
상인:에이~ 안물어~~~
 
라빈:...
 
은범:...
 
라빈:정말...?
 
은범:(심리학 판정!)
 
라빈: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
 
은범:
심리학
기준치: 75/37/15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라빈:.ㅇ0ㅇ!
 
뇌에도 거치기 전에 말을 내뱉은 것 같다...는
 
추측을 합니다. (은범이가)
 
은범:아무래도...하지 않는 게 좋겠죠... (그래도 라빈이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듯 빤히 보며..)
 
라빈:...
다른 요괴들이 하는 거... 보고...
판단할 수 없을까...?
 
은범:....좋아요.
 
그렇게 라빈이가 주위를 둘러보면,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척척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미호: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라빈:앗...!
 
미호: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미호가 인간이라는 단어를 내뱉자마자,
 
은범이는 잽싸게 미호의 입을 틀어막습니다.
 
미호:우왓! 이거 놓지못해?! (쏙 빠져 나와요)
 
은범:...미호, 조용히 해.
 
라빈:( 강아지 귀 쫑긋!쫑긋...! )
 
미호:(라빈이 째려봄...) 흥, 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리겠다!
 
라빈:( 울먹... ) 내가 뭘 어쨌다구...
 
미호:그나저나, 너 꽤 잘 놀고 있나봐?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라빈:헉, 응...! 물론 자주 가본 건 아니지만...
 
미호:(귀 쫑긋...)
 
라빈:( 꼬리 마음대로 잡았다고 화났나...? 속으로 생각해요. )
( 귀 쫑긋...! )
( 꼬리 살랑~ )
 
미호:(호기심에 쫑긋거렸다가... 더 말해주지 않자 팔짱을 끼곤,) ...쳇, 인간들이 득실득실한 곳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그런 가짜 귀, 꼬리 달아봤자 인간은 인간이지!
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헤헹, 인간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메롱~~~)
 
은범:.... (지긋이 내려보다가 꼬집음)
 
라빈:(.ㅇ0ㅇ!)
 
미호:우..우아앗~! 은범이 너어!!!
(잔뜩 꼬리 곤두세운 채로 째려봐요)
 
라빈:( 따라서 미호 볼 꼬집어 봄 )
 
미호:??!!?????
(양쪽으로 잡힌 미호의 볼따구) 이것드리....!!!!!!
 
라빈:미안... 만져 보고 싶었는데... 은범이가 먼저 꼬집길래...
금붕어... 잘 잡더라아~
 
미호:(두 쪽 다 손으로 탁탁 쳐내고 빠져나옵니다) 흥! 쌍으로 못됐군!
(귀 쫑긋)
그렇지? 내, 내가 한 솜씨 하거든!
 
라빈:( 헤헤 웃어요~ )
 
미호:(잘난체 포즈)
 
라빈:멋져멋져~! 이빨이 저렇게나 뾰족한데...
 
미호:(우 쭐)
 
라빈:( 히 죽 ) 물려본 적은 없어?
 
미호:당근이지!
 
라빈:와아~
 
미호:이, 이몸은 천하무적이라고!
 
은범:...(몰래 라빈이에게 도리도리 고개짓해요)
 
라빈:응? ( 은범이 빠안~ )
 
은범:(미호 가리키면서... 도리도리....)
 
라빈:( 갸웃? )
 
은범:...미호, 거짓말 하지마. (결국 발설함)
 
미호:거... 거짓말 아니야!!!!!!!
(캬악!)
 
라빈:거짓말이었어~? 그치만 이렇게나 이빨이 뾰족한 금붕어를 잔뜩 잡던데~ ( 미호 끌어안고 머리 쓰담쓰담~ )
우리 미호~ 용감해~
 
미호:ㅇ////"ㅇ!!!!
이...인간! 이런다고 네 대우가 달라질 것 같아?!?! (꼬리로 팡팡 쳐요)
 
라빈:( 복슬복슬~ 꼬리 만지작 만지작 머리 쓰다듬 쓰다듬~ )
 
그나저나 신당이라니... 모시는 신이라도 있는 모양이네요?
 
이 여우에게 캐물어봅시다.
 
라빈:음음~! 그럼 미호는 이제부터 신당에 갈거야? 영월호... 인간은 못 들어가는 곳이었어...?
 
미호:(안겨서는 한껏 짓궂은 표정을 짓습니다) 당근이지~~ 인간은 못들어가지롱~~~(에베베베)
 
은범:...라빈이도 변장했으니 들어갈 수 있어요.
 
라빈:으음~ 미호... 거짓말 쟁이...? ( 지긋... )
 
미호:흐, 흥! 거짓말이 아니야!! 들어간대도 금방 들킬걸! 감히 인간이 이 세계를 창조하신 공간의 주인님구역을 넘봐?
 
은범:...미호, 라빈이는 인계에서 넘어와서 그렇게 말하면 이해하기 어려워.
 
라빈:( 헤... 멀뚱 )
 
미호:허얼... 얘 그런 것도 몰라?! 순 바보 아니야!
그러면 너 그것도 모르겠네?!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둥근 유리 돔이 있고…….
 
라빈:...
 
미호:....진짜 모르나봐, 얘!
 
라빈:이계랑 인계랑... 다른가...?
 
미호:야, 은범이 왜 넌 이런 멍청한 인간이랑 다니는 거냐?
 
라빈:바보 아닌데... .8n8
 
귀여워..........
 
미호:우! 바보력 옮겠네!
 
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은범:... ...
 
라빈:( 울먹이는 얼굴로 은범이만 빤히 올려다봐요. )
 
은범:다 좋은데 말을 모질게 하는 짓궂은 아이라서...
대신 사과할게요... (뺨 쓸어줘요)
 
라빈:( 은범이의 손길에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곤 ) 공간의 주인님이라는 건...
 
은범:...신당에서 모시는 신이에요.
신당에... 한 번 가볼래요?
 
라빈:응...! 좋아... 구경은 어느정도 한 것 같고... ( 이빨 뾰족 금붕어를 아쉽다는 듯 바라보다가 )
 
은범:... (빤히 사나운 금붕어 내려다보다가 역시 안되겠다는 듯 손을 잡고 천천히 영월호 쪽으로 이끕니다)
교복만 빌려 입으면...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라빈:교복은... 누구한테 빌려입어...?
 
은범:그건 걱정 마세요.
 
두 사람은 영월호에 도달합니다.
 
그리곤, 은범이는 어디선가 구해온 교복을 내밉니다.
 
은범:...학생에게 잠깐 빌린 거예요. 영월호만 다녀오고 바로 반납해야 해요.
 
행운 판정
 
라빈:
행운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완벽한 사이즈! 마치 라빈이를 위해 만들어진 교복같아요.
 
라빈:( 신나요~! )
 
은범이가 만든 귀와 꼬리가 건재하므로
 
교복을 맞춰 입은 라빈이는 제법 그럴싸한 이계의 요괴처럼 보입니다.
 
라빈:( 두근두근... )
 
라빈이와 은범이는 나란히 교복을 입고 걷습니다.
 
도중 4마리의 영월호 요괴들과 마주치지만,
 
생소한 라빈이의 얼굴에 갸웃거릴 뿐 문제는 없습니다.
 
쫑긋한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존재가 인간일 리 없으니까요.
 
영월호 내부는 조금 낡은 옛 시대의 학교를 연상시킵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고,
 
어두운 복도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꼭 폐교 담력체험을 하는 기분이네요.
 
교실마다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은범이는 처음으로 학부모를 데려온 것처럼, 들뜬 듯 영월호를 소개합니다.
 
*
 
그렇게 정신없이 영월호 내부를 구경하던 라빈이와 은범이는 별관에 도착합니다.
 
신당이라고 굵게 쓰인 현판 주변에 붉은 축제 등이 둥실둥실 떠 있습니다.
 
담홍색 벽과 기둥 위엔 흐릿한 [벽화]가 새겨져 있고,
 
오색 끈과 굵은 밧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신당 한가운데 [석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관]으로 보이는 요괴가 당신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짓습니다.
 
 :키워드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라빈:(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신관에게 다가가 봅니다...! )
 
겉보기엔 다정한 인간처럼 보이나,
 
뱀의 동공과 비늘, 갈라진 혓바닥이 그가 요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라빈이가 다가오면 살갑게 인사합니다.
 
신관:안녕하세요, 기도하러 오셨나요?
 
자유로이 질문할 수 있습니다.
 
라빈:아, 안녕하세요... ( 가볍게 목례하곤 ) 네...! 기도... 어떻게 하면 되나요?
 
신관:기도의 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이곳에 찾아오는 이들은 석상 앞에서 자유롭게 소원을 빌곤 하죠.
 
신관은 그렇게 말하곤, 붉은색의 작은 종이를 내밉니다.
 
소원을 적어 오색 끈에 매달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요.
 
라빈이가 바란다면 은범이와 함께 소원을 적어 매달 수 있습니다.
 
신관:다만 소원은 입 밖으로 내거나 남에게 보이면 효력을 잃는다는 점, 명심해주세요.
 
라빈:( 종이에... 적는 게 더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붉은색 종이를 받아든다. ) 소원 적어서... 달고 싶어!
 
은범:(종이를 쥐고 작게 외치는 당신의 모습에 조금 웃어요) ...그럼 같이 적어요. (똑같은 종이를 받아듭니다)
(그리고 근처 바위에 대고... 라빈이를 흘끔 보다가 뭔가를 적기 시작합니다)
(꼬리 살랑이며... 열심..)
 
라빈:( 소원을 적는 은범이를 따라 자신도 끄적끄적 무언가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혹시나 은범이가 볼까 손과 몸으로 열심히 가리며~ )
 
은범:(얼마 후에 다 적었는지 허리를 폅니다) 다 적었어요? (라고 말하며... 은근슬쩍 흘끔!)
 
라빈:( 은범이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자 손바닥으로 얼른 쇽! 가리며! )
응...!
 
은범:(아쉽...)
 
라빈:( 흐흠~ 어림 없지이... )
 
은범:...같이 끈에 달아요.
 
라빈:좋아~!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두 사람은 오색 끈에 예쁘게 소원 종이를 겁니다.
 
은범:...그러게요.
(나란히 걸린 종이를 보며 미미하게 웃습니다)
더 둘러보세요.
 
라빈:( 나란히 끈에 묶여 달려있는 소원 종이를 잠시 바라보다 두 손을 꼬옥 모으곤 꼭!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속으로 외쳐본다. ) 음... 석상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석상을 보고 싶어~
 
라빈이가 석상 앞으로 가면...
 
방울방울 정체 모를 거품이 모인 것을 굳힌 듯,
 
기괴하고 영문 모를 형상을 본뜬 듯한 모양입니다.
 
분명 완전하게 굳은 석상인데,
 
번들거리는 표면 위로 계속해서 거품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본능적으로 피어오르는 거부감에 이성 판정입니다.
 
라빈: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신관:(어느샌가 곁에 다가와서) 이건 말이죠, 그분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으니, 이 세계 최고의 조각가가 경건한 마음을 담아 추상적으로 표현한 석상입니다
그분은 감히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신화적 존재입니다.
이 세계를 창조하고 굽어살피시죠.
(설명을 마치곤 다시 뒤로 슬쩍 물러납니다)
 
라빈:( 그렇구나... ) 미호가 말했던 그... 공간의 주인님이라는 분일까...? ( 조금... 무서운데... 슬금슬금 물러나다 손을 모아 기도를 드려본다. )
 
귀엽다.
 
라빈:( ㅋㅋ큐큨ㅋㅋ ㅇ으앗! )
( 꼭 감았던 눈을 뜨곤 힐끔 석상을 바라보다 벽화 쪽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
 
수많은 돔을 그린 벽화입니다.
 
돔 내부엔 각양각색의 세계가 자리 잡아, 기묘한 상상화처럼 보입니다.
 
거대한 우림, 구름 위 도시, 기계적인 우주, 진주를 녹인 바다…….
 
벽화는 군데군데 지워졌으나,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네요.
 
돔 주변에는 검고 넘실거리는 어둠과 새까만 개들이 배회합니다.
 
문득, 라빈이는 이질적인 부분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볼까요?
 
라빈:네! ( 지그읏~! )
 
라빈이의 모국어로 작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사냥개를 조심하세요>
 
신관:(다시 스윽 나타남...) 이 벽화의 사냥개는 그분의 번견입니다.
 
라빈:(...!)
 
신관:뜻에 따라 세계의 질서를 수호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앞장선다고 하죠.
종종 이 세계에 나타나 악을 배제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냥개를 본 자 중에 살아남은 이는 없으니, 단순히 전해지는 이야기지만요.
(다시 스윽...사라짐...)
 
라빈:( 정말... 기척 없이 나타나신다... 심장 벌렁벌렁... )
 
은범:(뒤에서 조용히 손을 잡아옵니다) 다 구경했어요?
 
라빈:...! 응...! 그런데 여기... 뭐라고 써있는데... ( 은범이의 손을 꼬옥 맞잡곤 )
 
은범:(인간의 언어를 보고 갸웃거립니다)
 
라빈:으음... '사냥개를 조심하세요' 라고 쓰여있어...
( 갸웃거리는 게 귀여워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며 )
 
은범:...아, 이 사냥개라는 건... 무서운 추적꾼이에요.
대상을 인식하면... 만날 때까지 쫓아온대요.
 
라빈:... ( 바들... )
 
은범:인식 당한 대상 중에 살아돌아온 자는 없다고... (바들 떠는 당신을 보고 입을 다뭅니다)
...아직 더 놀 거리가 많아요.
우리 다시 나가서 축제를 즐겨요.
(안심시키려는 듯이 맑게 웃어보입니다)
 
라빈:음... (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네 미소에 이내 알겠다는 듯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게 두 사람은 영월호 밖으로 나옵니다.
 
처음 보는 요괴가 툴툴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라빈이에게 옷을 빌려준 요괴였네요.
 
빠르게 갈아입어서 반납하고 상점가로 돌아갑시다.
 
라빈:( 쇼쇼쇽... )
고마웠어...!
 
◆◆◆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라빈이가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인파에 밀려 점점 은범이가 멀어집니다.
 
라빈:은... 은범아...!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은범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갑자기 라빈이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라빈:...!
안돼... 은범아 같이가...!
 
아무리 은범이를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민첩 판정
 
라빈: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 .8ㅅ8...
 
라빈이는 설상가상으로 그 자리에서 넘어져 버립니다.
 
라빈:아...!
은범아...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금쯤 부모님과 동생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라빈이의 실종을 걱정하며, 울고 있진 않을까요…….
 
혼자 남겨지자, 라빈이의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라빈:... ( 주저 앉은 채 상처가 난 손바닥만 가만 바라본다. )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은범아아... 씨이...
( 불안함에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고 차리에서 일어나 툭툭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
(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은범이의 흔적을 쫓아 정처없이 걸음을 떼 보지만... 금방 제자리에 멈추고 만다. )
( 축 쳐진 꼬리와 귀... 제자리에 서서 갈길 잃은 발만 동동 구른다. ) 어디로...
 
그리고,
 
그런 라빈이의 손을 누군가가 잡습니다.
 
라빈이의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라빈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은범이입니다.
 
인파를 헤치고 라빈이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은범:...이런 인파에는 손을 잡고 가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풀었어요.
(가만히 당신의 안색을 살핍니다) ...괜찮아요?
 
라빈:... 뭐야아... ( 잔뜩 흐트러져 있는 은범이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제 감정만 앞서선 은범이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볍게 툭친다. 꾹 참았던 눈물이 결국 방울방울 떨어져 잔뜩 얼굴이 찌푸러진다. ) 안... 안 괜... ( 짧았던 시간이지만 잠깐 떨어졌다고 이렇게나 불안해져선... 은범이의 옷자락을 끌어 고개를 파묻는다. )
 
은범:(당신이 울기 시작하면, 당황한듯 눈이 크게 떠집니다) ...미안해요. (옷자락이 붙잡힌 채 안절부절 못하다가, 가만히 묻어오는 당신의 뒤통수를 큰 손으로 안고 토닥여줍니다.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고르다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입니다) ...제가.. 경솔했어요... 이제 그러지 않을게요.
...울지 마세요...
 
라빈:( 토닥여주는 손길에 마음이 놓여서일까 보다 더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더욱 품에 파고들어 고개를 흔든다. 새어나갈까 울음소리를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문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켜보려 크게 숨을 들이마시면 은범이에게서 나는 향이 자신을 가득 채운다. 천천히 숨을 내뱉고는 살며서 품에서 떨어지더니 고개를 푹 숙여 땅만 바라본다. ) ... 창피해... 어... ( 갈라진 목소리를 가다듬곤 ) 어디 갔었어...
 
……그렇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은범, 이 사람만은 지금 라빈이를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라빈이가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꼭 안아 온 손은 무척 따뜻합니다.
 
은범이의 온기를 느끼자, 조금은 안심됩니다.
 
은범:...손을 잡으려고 끈을 풀었는데... 슬슬 등불이 필요할 것 같아서 얻으려다가... 그새, 라빈이를 잃어버릴 줄은...
제 탓이니까... 창피해하지마세요. (떨궈진 고개를 조심히 들어올리곤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천천히 닦아줍니다. 늘 밝았던 얼굴에 슬픔이 묻어나오면 저 또한 마음이 미어지는 듯, 눈썹이 팔자로 구겨집니다) ...실컷 미워해도 괜찮아요.
 
라빈:정말... 손목에... 끈까지 사라져서... 얼마나... 무서웠는데에에에... ( 눈을 맞추곤 눈물을 닦아주는 은범이의 손길에 겨우겨우 참아낸 눈물이 또다시 흘러내리고 만다. 우느라 못생겨진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다시 은범이 품에 파고들 듯 끌어안고는 눈물 때문에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를 차근차근 내뱉기 시작한다. ) 끈도... 하고... 손도... 잡아... 그냥... 은범이가... 나 업고... 다녀...
 
은범:... ... 죄송....! (다시 꼭 안아오는 당신의 힘에 넘어질 뻔하지만 간신히 마주안아 균형을 잡습니다. 그리곤.... 이어오는 말에 잠깐 당황하다가...)
...그럼... 기분이 풀리겠어요?
 
라빈:... 응... ( 부비작... )
 
은범:(가만히 보듬고는 고민하다가... 천천히 떨어지더니 라빈이 앞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등을 내밀곤 뒤돌아봅니다) ...이리와요.
 
라빈:( 소매로 눈물을 훔치곤 잠시 자리에 서서 훌쩍이다가 몸을 숙인 은범이 뒤에 바짝 붙어본다. 은범이가 가져다준 등불을 한 손에 들고 목에 조심스럽게 팔을 두른다. ) ... 정말... 업을 수 있겠어...?
 
은범:(당신의 무게가 느껴지면 조심히 일어나 한번 고쳐업습니다) ...그럼요. 너무 가벼워서 업은 줄도 몰랐네요. (당신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꽤나 배짱좋은 장난을 쳐봅니다)
 
어느 새, 라빈이의 팔 한쪽에는 붉은 끈이 단단히 매여있습니다.
 
은범:곧 불꽃놀이가 시작된다는데, 제가 명당을 알고 있어요.
보러 갈거죠?
 
라빈:흥... ( 조금 툴툴 거리다가도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려 열심히 말을 걸어오는 은범이의 목소리에 어깨에 편하게 고개를 기대본다. ) 불꽃놀이... 좋아... 업은 줄도... 몰랐다고 하면서... 나 또 놓고 가기만 해봐...
 
은범:(땀뻘뻘..)
 
라빈:( 붉은색의 끈이 자리한 손목을 기분좋게 바라본다. )
너무 힘들면... 내려줘도 돼... 한... 10분 뒤에...
 
은범:...괜찮아요.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부드러이 웃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은범이는 라빈이를 업고 밝은 곳으로 이끕니다.
 
그러나 라빈이와 은범이가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은범:아.... 아직 터지면 안 되는데... (당황)
 
라빈:예쁘다아...
여기가... 명당인가봐~ ( 은범이를 끌어안고 있는 팔에 살짝 더 힘을 주곤 다리를 가볍게 흔든다. )
그래도 업혀 있으니까... 바닥에 서 있을 때보다 더 잘 보이는 것 같아...
 
은범:...(정말 예쁘게 볼 수 있는 명당이 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몰려오지만, 뒤이어오는 당신의 발언에 말을 삼킵니다)
...제가 이러려고 키 컸잖아요. (그저 당신의 말을 가벼운 농으로 받아치고, 뒤에서 따뜻하게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새빨간 불꽃은 지네 모양이 되기도, 개구리 모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노점상을 장식하는,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붉은 등과 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분명 이계는 라빈이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라빈이가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은범:...오늘 축제는 어땠어요? 좋았나요?
 
라빈:응... 너무 너무... 좋았어 물론... 은범이가 갑자기 사라져서 하마터면... 아주아주... 슬플 뻔 했지만... ( 말 뒤에는 장난스럽게 웃음을 흘린다. ) 국수도... 약과도... 그리고... 선물도... 너무너무 고마워... 잊지 못할 거야...
 
은범:(다리를 받치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갑니다) ...저도 라빈이와 함께한 오늘을 잊지 못할 거예요.
(보이진 않겠지만... 꼬리도 느리게 살랑거리고 있음...)
 
한참 두 사람이 불꽃놀이를 지켜보던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은범이까지도 인상을 쓸 무렵,
 
땅에 진동이 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은범이는 라빈이를 돌아봅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은범이가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에 라빈이는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은범:절대로 뒤돌아 봐서는 안 돼요! 인식 당하는 순간 끝이에요!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아가,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이봐! 비켜! 저리 가!"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아아…… 살려줘……!"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은범이는 당신을 업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은범이와 라빈이는 자리를 벗어납니다.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멸망'입니다.
 
세계를 집어삼키는 완전한 아비규환에,
 
라빈이 이성 판정
 
라빈: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 하... )
 
이성 -1d3+1
 
라빈:3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은범이는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은범이는 묵묵히 당신을 업고 뛰어올라갑니다.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반딧불이 호수입니다.
 
◆◆◆
 
은범이는 라빈이를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멈췄습니다.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다들, 무사할까요?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라빈이는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라빈이와 은범이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라빈이가 주변을 너무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면, 은범이가 저지합니다.
 
은범:너무 밖으로 나오지는 말아요,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혹시라도, 그들의 눈에 들어선 안 돼요.
 
그리고…….
 
은범: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요.
 
라고, 은범이는 말합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은범:잠시 지진이 멈추긴 했지만,
아까의 그 짐승은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 거예요.
당신한테는 너무 위험하니까 돌아가요.
 
라빈:뭐...? 이렇게 갑자기...? 물론... 지금... 일어난 일들이... 모두 갑작스럽긴 한데...! ( 정리되지 않는 말만 늘어 놓으며 은범이의 옷자락을 꽉 쥐어본다. )
그럼... 넌... 여기... 요괴들은...!
 
은범:저는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사실은... 제 능력을 쓴다면 지금 당장 돌려 보내줄 수 있어요.
숨긴건 미안해요.
...하지만 제가 신목의 문을 함부로 여닫을 수 있는 건 정말 비밀이라서.
우리... 여기서 이별해요.
 
어떻게 할까요?
 
위험천만한 이곳을 잊고 안전한 집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여기, 은범이 곁에 계속 남아있을까요.
 
라빈:... 가고 싶지 않아...
이런 곳에... 너만 두고... 이렇게 갑자기는... 가고 싶지 않아...
내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네게...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제발... ( 네 옷을 그러 쥐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
정말...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좋아져 버렸는걸...
응... 은범아...
이곳의 풍경도... 요괴 친구들도... 그리고 은범이 너도... 전부 소중한 걸...
 
은범:... ...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죠.
알겠어요.
 
은범이는 화난 듯 입을 꾹 다뭅니다.
 
의견이 충돌하고,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감돕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요괴들에게도 이런 재난은 위험합니다.
 
하물며, 인간인 라빈이를 보호하며 도망쳐야 하는 은범이의 짐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그럼에도 라빈이는,
 
혼자 살겠다고 은범이를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라빈이의 대답을 들은 은범이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집니다.
 
은범이는 라빈이를 집으로 데려다줍니다.
 
처음 집을 나설 때와 달리, 라빈이와 은범이 사이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지나, 달맞이꽃밭을 건너, 작은 오두막으로.
 
라빈이가 무사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은범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은범:구조 작업을 도와주고 올 테니,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요.
 
은범이는 라빈이가 말릴 틈도 없이 자리를 떠납니다.
 
늦은 밤, 작은 오두막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는 라빈이뿐입니다.
 
라빈이는 분명히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에 있었는데,
 
이계의 많은 요괴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게 조금 전인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문득 오늘 스쳐 지나간 요괴 중 몇이나 목숨을 부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 혼자 있는 것은 분명 안전하겠지만,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로해집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나 서늘하고 쓸쓸한 것일까요.
 
라빈:...
... 가만히... 있으라고... 잠이나 자고 있으라고...? 그럼... 바로 돌아가는 거랑... 다를 게 뭔데... 혼자... 두고 가지 않겠다고... 그랬으면서... 거짓말쟁이... ( 울컥해 오두막을 빠져나와 은범이를 뒤쫓아 봅니다... )
 
지능 판정
 
라빈: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훌쩍... )
 
라빈이는 밖으로 첫 발을 내딛자 마자 직감합니다.
 
은범이도 없는 이 상황,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이 상황에서,
 
함부로 돌아다녔다간 정말로 큰일 날 수도 있다는 것을요.
 
라빈:...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는 게 좋겠어요.
 
라빈:...
( 싫지만... 다시 걸음을 돌려 오두막 안으로 향합니다... )
( 잠도 안 올 것 같은데... )
( 손목에 묶여있는 붉은 끈을 가만 바라보다 다른 쪽에 묶여있는 방울을 가볍게 흔들어본다. )
제발... 끊어지지 마라... 끊어지지 마라...
 
적막이 감돌던 오두막 안에, 방울 소리만이 처량하게 울립니다.
 
하루종일 축제를 돌아다니고, 방금 전 큰 재해까지 겪은 라빈이의 몸은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잠이 순간 밀려옵니다.
 
그렇게 완전한 늦은 밤,
 
라빈이는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잠에 빠져듭니다.
 
그 날 밤, 은범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
 
이른 아침,
 
라빈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라빈이를 깨운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은범이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충돌은 잊어버렸는지,
 
꽤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은범:구조 작업이 잘 끝났어요.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서 축제가 계속된대요.
우리, 어서 보러 가요!
 
라빈:(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비비며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 ... 정말...? 그... 난리가 났는데... 축제를... 다시 열 수 있을 만큼... 복구가... 된 거야...? 그냥... 축제를 마무리 하는 게... 맞는 거 아니야...?
 
그래요, 조금 이상할 정도로 빠르긴 하지만,
 
구조 작업이 잘 끝났다니 다행이네요.
 
어제의 무시무시한 생명체도 사라진 걸까요?
 
은범:우리가 얼마나 고대한 축제인데요! 하루 아침에 접을 순 없죠.
라빈아, 서둘러요.
어서요!
 
라빈:어... 어...?
( 재촉하는 은범이의 말에 부랴부랴 따라 나선다... )
 
은범이는 라빈이를 이끌고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어제의 처참했던 상황을 잊을 만큼,
 
날씨는 아주 화창하고 맑습니다.
 
그러나 라빈이가 파고 들어가는 숲은 나무가 높고 빽빽하게 자라 있어,
 
내리쬐는 빛이 점점 사라집니다.
 
지능 판정
 
라빈: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
 
라빈:(강행합니다...)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영월호부터 은범이의 집까지,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시내에서 은범이의 집까지…….
 
총 두 갈래의 산길을 지나왔지만,
 
두 사람이 지금 걷는 길은 여태까지와는 다릅니다.
 
은범:평지는 무너진 곳이 많아서, 산 위로 노점상을 옮겨 진행하기로 했거든요.
 
은범이는 이렇게 답하며, 묵묵히 더 깊은 곳으로 향할 뿐입니다.
 
라빈이와 은범이는 산속,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렇게 마침내 도착한 곳은,
 
…….
 
아무것도 없습니다.
 
은범이는 조용히 입을 엽니다.
 
은범:살아남은 요괴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균열 안으로 추락했겠죠.
밤새 몇 번이고 지진이 더 발생하고, 사냥개가 날뛰었어요.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는 걸까요?
 
노점상은커녕 쓰레기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여긴,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이것은…….
 
은범:...축제는 이제 끝이에요.
후야제를 당신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아, 시일 고등학교 뒷산에 있던 거대한 나무,
 
영월호 앞에 있던 신목과 아주 닮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은범:사실, 이계의 신목은 두 그루예요.
 
은범이는 새끼줄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덤덤한 표정으로 나무의 몸통을 짚습니다.
 
라빈이의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분명 은범이는 어젯밤의 인명 피해가 거의 없고,
 
오늘은 다시 시작될 축제에 간다고 했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은범: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두고…….
나머지 한 그루의 존재는 비밀에 부쳤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아, 그렇습니다. 은범이의 집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었던 이유는,
 
또 하나의 신목을 지키기 위해서……
 
라빈이는 무의식적으로 납득하면서,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거짓말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라빈이의 몸이 붕 뜹니다.
 
왜?
 
어째서 은범이는 라빈이를 밀어버렸나요?
 
은범:거짓말해서 미안해요.
꼭, 건강해야 해요.
그럼 안녕.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라빈이는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 순간부터 다시,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은범이는 라빈이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두고 가면 안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 텐데…….
 
라빈이가 은범이를 향해 뻗은 손은 닿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을 가르고, 빈 곳을 움켜쥐다,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은범이는, 공포에 질리지 않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마치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은범이 역시,
 
어제의 그 사람들처럼,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한데….
 
그럼에도 은범이는 라빈이를 배웅하듯,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라빈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여는 은범이입니다.
 
듣기 판정
 
라빈:
듣기
기준치: 32/16/6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ㅠㅠㅠ...ㅠㅠㅠㅠ....)
 
다시 만난 것처럼 기뻤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은범이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건 라빈이의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라빈이가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라빈이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라빈이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이성 판정
 
라빈: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라빈이를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라빈이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라빈이는 '본다'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딸랑, 소리와 함께 방울이 굴러 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을 들어, 제 팔목에 묶습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지녔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다시 책 속의 내용에 푹 빠져듭니다.
 
이계탐험록은 할머니의 할머니,
 
그리고 또 할머니의 할머니,
 
그리고 또 할머니의 할머니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딸랑,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라빈이도 아는 사람입니다.
 
어린아이는 라빈이 본인이니까요.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또한, 은범이가 기다리던 선생님은 라빈이의 혈연입니다.
 
이성 판정
 
라빈: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요괴가 있습니다.
 
"은범아, 돌아가야지."
 
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선생님을 기다려야 해요.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제가 부축해드려야 한단 말이에요."
 
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은범이입니다.
 
은범이는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은범이는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은범이가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은범이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은범이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고,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라빈이는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그러면 잔여물이 남잖아. 가급적이면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분께서는?"
 
"천천히 처분하라고 하셨다."
 
"깨끗하게, 빨리하면 되는 일이잖아."
 
라빈이는 문득 깨닫습니다.
 
미호가 말한 대로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수많은 필름들이 재빠르게 흐르며 라빈이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
 
…….
 
정신을 차려보니, 라빈이는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와 지독한 침묵, 당신이 아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라빈이의 세상,
 
숲과 나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계의 산과는 확연하게 틀린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뒷산,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 앞입니다.
 
옷을 털고 일어나 주변을 돌아본다면,
 
가까운 곳에 라빈이의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고요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습니다.
 
라빈이는, 꿈에 그리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라빈:...
( 눈이 자연스럽게... 손목을 향한다. )
( 은범이와 연결된 붉은 실 같은 것이 있던 자리... 아무런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는 깨끗한 손목은... 하얗게 비어버린 제 머릿속 같았다. )
( 방울을 묶어 두었던 자리는 여전하다. 동그란 방울의 딸랑이는 소리를 들으며 처음 방울을 발견해 손목에 돌돌 묶던 어린 날의 기억과 이계의 모습들... 이야기 속 수많았던... 아니 하나의 은범이를 떠올렸다. 눈을 꾹 감았다 뜬다. ) ... 소원... 뭐라고 빌었게...?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랬으니까... 말 안 해줄래...
 
한 번 닫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완전한 단절과 상실감이 라빈이를 집어삼킵니다.
 
정말 이렇게 이별이며, 이렇게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아,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그리고 라빈이는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
 
은범이를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이성 판정
 
라빈: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지능 판정
 
라빈: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라빈이를 괴롭힙니다.
 
조급한 마음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라빈이는 무너지는 이계와 은범이가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되돌아 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라빈이에게는 은범이처럼 강제로 문을 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라빈이는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신목 앞에 남을까요.
 
라빈:( 신목 앞에 가만 앉아보아요... )
 
용감한 라빈이라도, 혼자 남아있기엔 음습하고 뒤숭숭한 뒷산이지만,
 
은범이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라빈이를 유일하게 구해주고, 따스하게 대해준 사람.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라빈이는 은범이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깜빡, 깜빡.
 
반딧불이 한 마리가 라빈이의 앞을 지나갑니다.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라빈이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돕니다.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으면서요.
 
라빈:... (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반딧불이를 가만 바라본다. ) ...
... 왜... 따라... 오라구...? (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괜히 반딧불이에게 말을 걸어본다. )
 
반딧불이는 조용히 당신의 주변을 맴돌더니,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라빈이가 가만히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라빈이는 어떻게 하나요?
 
라빈:( 반딧불이를 따라가... 봅니다... )
 
라빈이 역시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갑니다.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라빈이는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문득 라빈이는 이계의 산에서는 늘 은범이가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은범이는 줄곧, 라빈이가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나무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것입니다.
 
지금 은범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라빈이의 시야를 가립니다.
 
정신 판정
 
라빈: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그런 생각이 들자, 발이 무척이나 무거워집니다.
 
균열 속으로 추락하는 은범이의 모습을 생각하자,
 
비틀비틀 뛰어가던 다리는 점점 느려지고,
 
반딧불이의 빛은 작아져 갑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라빈이와 마찬가지로,
 
은범이 역시 지금 혼자일 테니까요.
 
라빈이가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면,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지능 판정
 
라빈: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학교 안으로? 대체 왜?
 
라빈이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춤거리면서도 쫓아갑니다.
 
... ...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계단이 오늘따라 무척 높게 느껴집니다.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라빈이에게는 무척 고역일 테죠.
 
반딧불이는 어느새 라빈이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라빈이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라빈이는 교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교실 문과 창문은 마찬가지로 잠겨있어, 잠긴 자물쇠를 처리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근력 판정
 
라빈: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다시 한 번 판정합니다.
 
라빈:( 끄덕... )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
 
다시 판정합니다.
 
라빈: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헤... ㅠ... )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라빈이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라빈이를 안내한 반딧불이는,
 
라빈이가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완전한 어둠입니다.
 
라빈:이건... ( 빛이 사그라든 반딧불이를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곤 새까만 소용돌이 안을 바라보았다. )
 
어둠 속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라빈:...
은범아...
(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
 
이제 이계로 통하는 입구는 라빈이의 사물함만이 유일할지도 모릅니다.
 
라빈:( 손바닥 위에 놓인 반딧불이를 살며시 손에 쥐곤 이내 무언가 다짐한 듯 어둠 가까이 다가간다. )
 
라빈이는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고,
 
사물함 너머로 손을 밀어 넣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라빈이를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팔목에 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라빈이는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선생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은범이의 목소리입니다.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부디 그가 살아있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요.
 
은범이에게 전할 말이 많습니다.
 
라빈이를 속인 사실에 화를 낼 수도,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라빈이가 은범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은범이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은범이는,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이성 판정
 
라빈:
SAN Roll
기준치: 51/25/10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은범이가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은범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라빈이를 봅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라빈이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은범이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라빈:은범아... 이게... 무슨 일... ( 다시 만나면 웃으면서 기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은범이의 모습에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곁에 앉아 손에 쥐고 있던 반딧불이를 근처에 놓아둔다. )
나왔어... 은범아...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은범이와 라빈이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은범이는 라빈이를 보고,
 
…….
 
그저 웃어버립니다.
 
은범:...라빈이었구나.
제대로 잘 도망쳤는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돌아오면 어떡해요.
(힘없는 눈동자로 곁에 앉는 당신을 주시하다가, 상처가 아픈지 얼굴을 찡그립니다)
하... 어서 돌아가요.
지금 열린 문이 닫히면, 다시는 문이 열리지 않을 거예요.
이계 사람들의 요력으로 열리던 문이니까...
 
은범:... ...
모두를...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돌아다녔는데,
아무도…
 
라빈:... (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은범이에게서 전에는 맡을 수 없었던 피 냄새만이 느껴진다.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네 머리를 끌어안아 불안에 떨던 절 안심시켜 주었던 것처럼 뒷머리를 떨리는 손으로 가볍게 쓸어준다. ) 은범이가... 어쩔 수 없던 거잖아... 은범이 탓이 아니야...
 
은범:(고단히 죽어가던 살에 온기가 닿고, 위로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저도 모르게 어리광을 부리듯 눈을 감고 당신의 품에 기대 머리칼을 부빕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이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을 말립니다) ... 피가 묻잖아요...
부탁이에요, ...당신까지 휘말리게 할 수 없어.
당신 만은... 내 손으로... (점점 빛을 잃어가는 눈빛과 힘이 다한 목소리가 당신에게 진심을 전합니다)
 
라빈:어차피... 리본도... 복채로 줘버렸고... 교복... 하나 새로 사지 뭐... 그동안... 체육복 입고 다니면 되니까... ( 괜히 쓸데 없는 말을 주절거리며 억지로 웃어보이다 다시 입을 꾹 다문다. 맑은 날의 하늘을 담은 듯한 눈동자에 점점 빛이 사그러 들자 심장이 더욱 쿵쿵 뛰기 시작한다. 안돼 안돼... 속으로 말을 삼키며 은범이의 머리카락만 부드럽게 쓸어보았다. )
끝까지...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널 보니까... 너무... 말해주고... 싶어서...
우리 갔던 신당에서... 소원... 세 가지 빌었는데... 하나만 특별히 말해줄게...
은범이가...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심심하지 않고...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빌었어...
입 밖으로 꺼냈다고 안 이루어진다면... 내가 책임지면 되겠지...? 내가... 늘 은범이 곁에서 외롭지 않게... 해줄게... 귀찮게... 놀러 가자고 막... 말도 걸고... 그러면...
소원은 이루어진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은범:... ...그런 귀중한 기회를, 왜 나도 아니고 당신이... (당신이 저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준다는 것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또 그게 기뻐서, 힘없이 숨을 뱉듯 웃습니다)
소원을... 종이 하나에 세 개 씩이나 쓰고... 욕심쟁이.
난... 내가 외로운 것보다 당신이, 내가 없을 이 세계에 홀로 남는 게 더 싫어요. (이따금씩 인상을 찌푸리지만 당신에게 안도를 주는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합니다)
라빈아...
(남아 있는 한 쪽 팔을 힘겹게 들어, 당신의 뺨을 쓰다듬습니다)
지금 죽는다면, 전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나게 돼요.
 
은범:...긴 시간 동안 라빈이가 지니고 있었던 방울은, 인연의 결정체가 되었어요.
신목의 문과 반딧불이를 보고, 이계의, 말을 하고... 저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방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 방울을 잃어버리면, 저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겠죠.
저는 라빈이와…….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요.
부탁이야, 이 방울을 가지고, 인계로 돌아가서...
부디 저를 기다려줘요.
 
은범:제가 선생님을 기다렸던 것처럼.
더 멋진 사람으로… 자란 라빈이를, 이번엔 제가 만나러가게 해주세요.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은범이는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은범이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라빈이'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랜 인연 위로 새로운 인연이 덧쓰입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은범이를 잇습니다.
 
라빈:맞아... 나 엄청... 욕심쟁이야... 그래서... 이기적이게도 이렇게 다시... 널 만나러 이곳에 왔어... 어떤... 결말을 바라고 찾아온 건 아니었지만... 그냥... 널 다시한 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었던 것 같아... ( 제 뺨을 쓸어내는 네 손을 맞잡아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는 듯 눈을 감고 볼을 부비적 거려본다. ) 그럼... 다시... 인계에서... 만날 수 있는 거야? 다시 태어나면... 내가 있던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거지...? ( 조심스럽게 은범이의 손을 놓아주곤 방울이 묶여있던 손목을 매만진다. ) ... 알겠어... 꼭... 꼭... 약속한 거야... 계속... 은범이를 기다릴게...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땐... 내가 꼭... 널 지켜줄 거야...
 
은범:그래...당신은 욕심쟁이면서도... 정말 용감한 사람이야... 그 하나의 마음으로 이곳까지 다시 와 버리다니. (부비적 거리는 볼에서 피어오는 온기를, 당신이 제 손을 놓기 전까지 가만히 느껴봅니다)
다시... 꼭, 만나러 갈 거예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찾을 거예요.
아, 약속...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약속...
반은 지키지 못한 것 같으니... 이번엔... 꼭 지킬게요.
(자신을 지켜준다는 말이 어찌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지, 마지막으로, 화사하게 웃어봅니다) 당신의 지킴을 받으러.... 꼭 갈게요.
 
라빈:(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너의 다정하고 포근한 목소리를 깊이 기억 속에 새겨두고 싶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모양 좋은 눈썹... 그 아래 속눈썹도 결을 따라 만져보고... 천천히 손을 내리면 보들한 뺨... 얼굴의 문양을 손가락으로 쓸며 끝을 따라가본다. 그러면 자신과 똑 닮은 귀가 만져지고 또 천천히 손을 위로 올려보면 자신이 골라준 수국 머리 장식이 그 자리에 여전히 꽂혀 있었다. 청각, 시각, 촉각... 하나하나 너라는 형태를 기억하려는 듯 온 감각이 곤두선다. )
응... 어디에 있든... 꼭... ( 긴 말은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이며 널 따라 웃어보인다. )
 
img
 
은범:반드시 다시 만나러 갈게요.
그땐...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혀줘요.
 
그림
 
은범이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라빈이를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은범이가 라빈이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함께, 라빈이는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나온 시간을 잊지 못해, 길을 잃게 되더라도…….
 
잊지 말고,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되어 있어.
 
분명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거야.
 
라빈이가 은범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라빈이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라빈이가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인사합시다.
 
안녕, 은범아.
 
라빈 생환, 은범 잠정적 로스트.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END 4. Epilogue
 
... ...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답게 창문 틈새로는 쌀쌀한 밤바람이 들이치기에,
 
당신은 무릎 위의 담요를 고쳐 덮습니다.
 
낡고 보드라운 담요를 움켜쥐는 손등 위로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당신의 아름답던 순간은,
 
가족은,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은,
 
세월의 흐름이 앗아갔습니다.
 
10월의 그 날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세월은 당신의 소중한 기억마저 걷어가려 합니다.
 
기억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종종, 당신은 제 이름조차 잊을 때도 있습니다.
 
잊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당신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말투를 지니고,
 
어떤 성격이었으며,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세상은 전부 낡고 스러져가지만,
 
당신이 지닌 방울만큼은 언제나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드디어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찾아온 옛모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허탈하고 그리운 마음만이 가득해,
 
숙소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창문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문득, 어두운 밤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은 하나하나 창틀 위로 쌓입니다.
 
내려앉은 눈은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아니, 당신의 흐릿한 시야로는 ‘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뿐인가요?
 
아무것도 알 수 없음에도, 앞이 뿌옇게 번져갑니다.
 
묵직하게 눈가에 고여오는 것은 낯선 감정입니다.
 
당신은 이 빛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약속해주는 빛이 소중해서,
 
이제는 그 광경을 쫓아갈 수 없는데도,
 
가장 그리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당신은.
 
......
 
당신은 창문을 밀어젖힙니다.
 
매큼한 매연에 기침이 차오릅니다.
 
창문 밖은 도심이며, 회색 세상 위로 분명하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적,
 
행인의 말소리,
 
익숙한 소음을 비롯한 잡음이 일제히 소거됩니다.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입니다.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가 흘러내리고, 짚은 창틀이 위태롭게 흔들려도,
 
당신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가볍습니다.
 
곧게 뻗은 마른 손바닥 위로 차가운 것이 흩어집니다.
 
창문 밖으로 몸을 빼고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노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의 시야를 가로지릅니다.
 
당신은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내릴 것이고,
 
분명히 듣겠죠.
 
익숙한 방울 소리를.
 
그리고 보겠죠.
 
모든 것이 잿빛인 풍경 속에서, 오롯이 맑은 색의 우산을.
 
하늘색 우산의 주인은 낯익은 뒷모습을 한 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인연은 이어지고, 대물림되고, 마침내 마주하는 것.
 
흩날리는 눈발은 그날의 나뭇잎과도 같습니다.
 
찬바람은 날카로운 면도칼처럼 얇은 피부를 내리긋고,
 
목구멍에서는 금속의 마찰음 같은 쇳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 사람의 이름 외에는.
 
우산을 쓴 사람은 당신을 향해 천천히 돌아봅니다.
 
너무나도 길었던 10월이 끝나고,
 
드디어 찾아오는 것은 11월의 첫날.
 
아,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입니다.
 
모든 것이 눈감는 계절이 찾아옵니다.
 
End 4 Epilogue, 11월의 재회
 
 :* 달맞이꽃의 꽃말: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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